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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우선희 "한 번만 더…그러다가 지금까지 했어요"

송고시간2017-11-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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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은메달 어제처럼 생생해요"

속공으로 높이 솟구쳐서 꽂아넣는 슈팅으로 16년간 태극마크

우선희의 슈팅 장면.
우선희의 슈팅 장면.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요? 생생히 기억나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은 우리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결승에서 유럽의 핸드볼 강국 덴마크를 상대로 2차 연장까지 치르는 혈투로도 부족해 승부던지기까지 간 끝에 분패한 '태극 낭자'들은 당시 8월 29일 일요일 저녁(한국시간) TV 앞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친 온 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임영철 감독이 이끈 우리나라는 훨씬 큰 체격의 덴마크 선수들을 상대로 한 치의 밀림도 없는 팽팽한 대결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가냘파 보이는 라이트 윙의 우선희(39)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총알 같은 속공으로 유럽 선수들을 수시로 농락,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10일 은퇴 소식을 전한 우선희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역시 아테네 올림픽"이라며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2001년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는 "제가 그때 26살이었지만 언니들이 많아서 막내급이었다"며 "은메달도 물론 큰 영광이지만 나중에 편파 판정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메달을 빼앗긴 것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올림픽 핸드볼 여자결승 한국 아쉬운 패배
올림픽 핸드볼 여자결승 한국 아쉬운 패배

29일 오후(한국시간) 헬리니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핸드볼 여자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아쉽게 패한 한국팀 문필희(왼쪽), 최임정(가운데), 우선희 등이 눈물을 흘리며 퇴장하고 있다./배재만/체육/올림/핸드볼/ 2004.8.29. (아테네=연합뉴스)
scoop@yna.co.kr

<저작권자 ⓒ 2004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우선희는 "핸드볼이 유럽이 중심이 된 종목이라 그런지 국제 대회에 나가면 우리를 좋게 봐주는 경기가 거의 없었다"며 "아테네는 기억에도 많이 남고, 아쉽기도 한 대회였다"고 떠올렸다.

당시 여자 핸드볼팀은 은메달을 따내고도 탁구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승민 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제치고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을 받았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 우신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핸드볼을 시작한 우선희는 "선생님이 교실에 오셔서 '달리기 잘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 제가 손을 번쩍 들었다"며 핸드볼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때를 기억했다.

그는 "제가 지금도 다른 생활은 전부 오른손으로 하는데 핸드볼만 왼손으로 한다"며 "어릴 때부터 왼손으로 하면 더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왼손으로 핸드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우선희는 "그러다 보니 왼손으로 던지는 슛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으며 "대신 하체가 튼튼해 긴 체공 시간을 바탕으로 골키퍼 움직임을 보고 던지는 슈팅 능력 개발에 힘썼다"고 30년 선수 생활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2007년 루마니아에 진출했던 우선희는 "사실 은퇴는 그때 유럽에 가면서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약 석 달 앞두고 무릎을 다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역설적으로 그의 선수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우선희는 "올림픽도 못 나간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수술을 받고 루마니아로 돌아갔더니 코치진이나 구단 사람들이 모두 바뀐 데다 유럽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월급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대로 그만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2년 정도 하다가 국내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말춤 추는 우선희
<아시안게임> 말춤 추는 우선희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일 인천 선학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우선희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2014.10.1
tomatoyoon@yna.co.kr

내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지막 무대로 삼았지만, 당시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일본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우선희로서는 '이대로 그만둘쏘냐' 하는 마음을 또 먹을 수밖에 없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만'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선전했으나 스페인과 3·4위전에서 또 아까운 2차 연장 패배를 당해 오기가 발동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4년 전 광저우의 아쉬움을 풀고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우선희는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코트를 떠날 채비를 했다.

2015년 11월에는 예쁜 딸까지 얻었다. 그런데 2004년 아테네 신화의 임영철 감독이 2016년 리우올림픽 지휘봉을 잡고 우선희에게 'SOS'를 치는 바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우선희는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그래도 속으로는 또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은퇴를 계속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잦은 부상이 이어지는 것도 그렇고, 경기력도 떨어진 것 같고 특히 아이가 엄마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점도 마음에 걸려서 이번에는 정말 은퇴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까지 삼척시청 소속 선수로 계약된 우선희는 2009년부터 팀에서 플레잉코치를 맡아왔다.

지도자 계획을 묻자 그는 "기회가 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해보지 못했고, 더 공부해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저녁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핸드볼 선수단 해단식에 참석해 최선을 다해준 우선희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2016.8.29 [SK그룹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저녁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핸드볼 선수단 해단식에 참석해 최선을 다해준 우선희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2016.8.29 [SK그룹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38세 나이에 그것도 엄마가 돼서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 핸드볼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부진한 결과에 그쳤다.

우선희는 "그게 제일 안타깝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는데 제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임영철 선생님이 믿고 불러주셨는데 부응을 못 했고, 후배들에게도 언니로서 해줘야 할 몫을 못 해줘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내가 너무 무리한 것 같아 후회된다"고 아쉬워했다.

선수 생활 내내 염원하던 올림픽 금메달은 끝내 목에 걸지 못했지만,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해병대 극기훈련까지 받아가며 최선을 다한 우선희는 웬만한 금메달리스트 이상 가는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리우올림픽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그의 마음보다 우선희의 빠르고 시원한 속공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게 된 팬들의 마음이 훨씬 아쉬울 터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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