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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장] 친일? 위인?, 첨예한 이념 갈등의 두 현장

송고시간2017-11-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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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김활란 동상
박정희와 김활란 동상

(서울=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실제 동상이 설치되는 것은 아니고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미리 제작해둔 높이 4.2m짜리 박 전 대통령 동상의 기증 증서 전달식이 열린 것입니다.

박정희 동상 기증식 [하사헌 기자]
박정희 동상 기증식 [하사헌 기자]

예상대로 이날 행사에는 동상 설치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했습니다.

박정희 동상 건립 찬반 단체 충돌 [하사헌 기자]
박정희 동상 건립 찬반 단체 충돌 [하사헌 기자]

추진모임에서는 "세 대통령의 동상을 모실 자리가 서울시에 없다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라며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6·25 때 한국을 도와준 트루먼 대통령, 대한민국 5천 년 이래의 번영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증서를 전달받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조만간 서울시에 동상 설치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 흔드는 건립 추진 단체 [하사헌 기자]
태극기와 성조기 흔드는 건립 추진 단체 [하사헌 기자]

같은 시간 이 행사장에서 계단 15칸 아래에 있는 인도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와 '박정희 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이 동상 설치 반대 집회를 열며 "박정희는 민족을 배반한 친일 군인이자 임시정부의 반대편에서 교전을 수행한 명백한 적국 장교"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하는 진보단체 [하사헌 기자]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하는 진보단체 [하사헌 기자]

이들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14일까지 기념도서관 앞 인도에 항의 천막을 설치해두고 이후엔 동상 기습 설치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이날 의경 1개 중대 80여 명을 동원해 기증식이 열린 마당과 반대 집회가 열린 인도 사이 계단을 두 겹으로 방어하며 두 단체의 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경찰을 사이에 둔 두 단체 [하사헌 기자]
경찰을 사이에 둔 두 단체 [하사헌 기자]

동상 건립 문제를 두고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원칙대로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측에서 사전 심의 신청 절차를 생략한 채 동상 설치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는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3일 "공공미술위원회에게 조만간 임명장을 수여하는 등 심의 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며 "조례에 따라 절차를 밟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이 도서관 표지석에 누군가 붉은색 스프레이로 욕설을 적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갈등이 첨예화된 적이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표지석에 그려진 낙서 [자료사진]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표지석에 그려진 낙서 [자료사진]

한편 이날 이화여대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화여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은 지난 3월부터 모금과 홍보 캠페인을 펼쳐 1천22명으로부터 1천 원씩 총 100만 원가량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이대 설립자인 김활란 동상 앞에 그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 팻말'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친일행적 알림 팻말 세워진 김활란 동상 [조현후 인턴기자]
친일행적 알림 팻말 세워진 김활란 동상 [조현후 인턴기자]

기획단은 "친일파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적 죄"라며 "그런데도 김활란을 비롯해 고려대 김성수 등 대학 교정에서 동상으로 기려지는 친일파들은 오늘날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동상 앞 친일행적 알림 팻말 [조현후 인턴기자]
동상 앞 친일행적 알림 팻말 [조현후 인턴기자]

팻말에는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는 제목 아래 김활란의 대표적 친일행적과 발언, 기부자 명단을 적었습니다.

기자회견 하는 기획단 [조현후 인턴기자]
기자회견 하는 기획단 [조현후 인턴기자]

학교 측은 "팻말이 건축물은 아니지만, 영구적인 시설물이므로 교내 '건축물 명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으므로 불허한다"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친일파에 대한 역사해석을 두고 눈에 띄는 이념 갈등이 빚어진 하루였습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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