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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마추픽추의 나라 '페루'

송고시간2017-12-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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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남미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있는 페루는 한반도 1.2배 크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비행기로 8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한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직접 연결되는 항공편이 없어 미국에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멀고도 먼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LA에서 중간 급유를 한 뒤 페루 수도 리마로 가는 한국발 항공편이 생겼다.

경이로운 마추픽추 전경 [사진/이세영 기자]

경이로운 마추픽추 전경 [사진/이세영 기자]

페루는 잉카문명의 상징인 마추픽추(Machu Picchu)의 나라로 유명하다. 쿠스코 대성당(Cusco Cathedral), 미식의 도시 리마(Lima) 등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채롭다.

리마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가야 하는 쿠스코는 페루 최고의 여행 명소다. 해발 3천400m에 위치한 고산도시로 스페인 식민지 양식의 건물과 아름다운 벽화,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근대의 생활방식을 간직한 원주민이 눈을 즐겁게 한다.

쿠스코에서 기차로 세 시간을 달리면 마추픽추를 위한 동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가 나온다. 안데스 산맥 한복판에 들어선 이 동네는 모든 것이 마추픽추 관광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버스로 굽이진 산길을 40분 정도 더 달리면 마추픽추 입구에 닿는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의 마을 우르밤바에서 만난 원주민들. 만년설로 덮인 치콘(Chicon)산이 배경으로 보인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의 마을 우르밤바에서 만난 원주민들. 만년설로 덮인 치콘(Chicon)산이 배경으로 보인다.

마추픽추 입구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마추픽추 입구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마추픽추는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유역이 겹치는 지역이라 산세가 달라지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들만 계속되다가 큰 나무가 시야를 가득 채우면 마추픽추의 시작점에 들어온 것이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마추픽추는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을 형성한 잉카의 근거지였다. 주위 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석조 건축물을 품고 있어 고고학은 물론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다각형 돌을 맞물려 쌓아올린 마추픽추의 전경을 일몰과 함께 만나면 태양을 숭배한 잉카인의 세계로 빠져드는 황홀경을 경험하게 된다. 구름이 끼면 마법 같은 안개가 산등성이를 따라 일렁이며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마추픽추 앞에는 70도가량 경사진 와이나픽추(Wayna Picchu) 산이 있다. 관리소 측은 와이나픽추 하루 입장객을 400여 명으로 제한하고 오전 8시와 11시에 200명씩만 올려보낸다.

마추픽추는 1911년 미국의 역사·고고학자인 하이램 빙엄(Hiram Bingham)이 발견했다. 그 전까지는 숲에 둘러싸인 채 아무도 마추픽추의 존재를 몰라 '잃어버린 도시' 혹은 '공중의 도시'로 불렸다.

유적 주위는 성벽으로 견고하게 둘러쳐진 요새 모양이다. 그 안에서는 농경지, 제단, 생활 터전을 볼 수 있다. 전성기에 1만여 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마추픽추는 밀림 속에 감춰져 있어 스페인 정복자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마추픽추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축성술이다. 수 t이나 되는 커다란 돌을 다듬고 옮기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확성이 경이롭다. 자연석을 균일하게 가공해 성벽을 쌓고 건물을 세웠다. 먹거리를 해결하고자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논밭을 만든 후 관개시설까지 갖췄다.

잉카인들은 어떻게 이 많은 돌을 해발 2천400m의 산 위로 옮겼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나온 얘기가 비라코차(Viracocha)에 관한 전설이다.

쿠스코성당은 스페인 식민지 양식 건물이다.

쿠스코성당은 스페인 식민지 양식 건물이다.

◇ 잉카문명 창시자 '거인족' 비라코차

잉카문명의 창시자이자 거인족으로 알려진 비라코차의 전설은 남아메리카 전역에서 비슷한 이야기와 캐릭터로 구전돼 내려왔다. 멕시코의 케찰코아틀 이야기와 유사한 비라코차의 전설은 잉카문명에 대한 현지인들의 자부심을 잘 드러낸다.

태곳적 혼란한 시기에 나타난 바라코차는 키가 크고 턱수염을 길렀다. 백인 모습을 한 그는 무질서하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건축학, 농학, 문장학, 공학 등 세련된 학문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비라코차가 태곳적 잉카문명을 발전시키고 뛰어난 축성술을 보여줘 스페인의 침략에도 마추픽추는 무사했다는 것이다.

마추픽추가 매우 높은 곳에 조성돼 스페인 침략자들의 눈을 피해 파괴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마추픽추의 유적과 이를 둘러싼 환경은 불멸의 조각품이라 할 수 있다.

비라코차 벽화

비라코차 벽화

포츠담대 천문학 교수인 롤프 뮬러(Rolf Muellr)는 마추픽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천체의 위치에 맞춰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과거 수천 년의 별자리 위치를 역산한 결과 기원전 4천~2천 년에 완성한 구조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돌 위에 새겨진 시간은 멈췄지만 SNS의 발달로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늘고 있다.

◇ 쿠스코성당 종탑에 얽힌 전설

마추픽추에서 남동쪽으로 70㎞가량 떨어진 쿠스코(Cusco,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에는 유명한 성당이 있다. 1560년 착공된 이후 100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거친 쿠스코성당이다. 비라코차의 궁궐터에 지어져 그 상징성이 남다르다.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은 아르마스 광장 앞에 있는 쿠스코성당은 시간이 멈춘 듯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쿠스코 시 당국은 성당 주변에서 KFC,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프랜차이즈 기업이 독특한 간판 색깔을 쓰지 못하게 하고 도시 경관의 색채에 맞추도록 했다.

성당 바로 건너편에는 잉카 제국의 9대 왕 파차쿠텍(재위 1438∼1471)의 동상이 서 있다. 식민지 시대의 상징물인 쿠스코성당 앞에 잉카제국 왕의 동상을 세운 것은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페루인들의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스코성당은 식민지 문화와 잉카문명의 결합을 드러내기도 한다. 쿠스코를 대표하는 화가였던 마르코스 자파타(1710~1773)가 그린 '최후의 만찬' 그림에 토속 요리인 기니피그 구이가 등장한다.

성당 건물을 지탱하는 돌들은 대부분 삭사이우아만 요새 같은 잉카의 건축물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래서 성당 종탑 벽 속의 전설이 생겼다. 종탑 벽 속에 잉카의 왕자가 살고 있는데 그는 잉카문명을 부활시키기 위해 종탑 벽이 무너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 미식가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리마

안티쿠호(Anticucho) 소심장 꼬치구이

안티쿠호(Anticucho) 소심장 꼬치구이

리마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해안도시로 남미를 대표하는 미식의 도시다. 풍성한 해산물 식재료에 스페인과 일본의 식문화가 결합한 음식이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3천여 종의 감자와 알갱이가 마늘 쪽만 한 크기의 옥수수가 다양한 해산물과 조화를 이룬 음식이 눈길을 끈다.

매년 9~10월에는 남미 최대의 미식축제인 '미스투라'(Mistura)가 열리는데 의미 자체가 '혼합'이라는 뜻이다.

페루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백종원급'의 국민 요리사가 있는데 그가 가스통 아쿠리오(50)다. 그의 프랜차이즈 식당 '탄타'는 2013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페루 전통 음식인 세비체(숭어 회무침)와 로모 살타도(불고기)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보편적 요리로 재탄생한다고 한다.

그가 2008년 발간한 '500 아뇨스 데 퓨전'은 500곳의 유명한 페루 식당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을 담았다. 페루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미리 읽어볼 만하다.

페루관광청은 리마가 미식의 도시로 자리 잡는 데 아쿠리오가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페루는 국제관광업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월드 트래블 어워즈(WTA) '최고의 미식 여행지' 부문에서 2012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INFORMATION]

교통편 = 리마에는 호르에 차베스 국제공항이 있다. 공항에서는 셔틀, 일반 버스, 택시,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이 왼쪽으로 통행한다.

통화·환전 = 페루는 솔(SOL)이라는 화폐를 쓰는데 1솔이 350원 정도다. 은행, 환전소, 공항, 호텔에서 환전할 수 있다. 미화 1만 달러 이상은 입국 시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언어 =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다. 원주민 언어인 케추아어와 고산지대에 사는 아이마라족의 언어인 아이마라어를 쓴다.

기후 = 열대와 아열대로 구분되며 해안지대는 온난 다습하고, 산악지대는 우기와 건기가 있다.

전압 = 220V

시차 = 한국보다 14시간 늦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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