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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프로축구 기린아 北한광성은 지정학적 그물을 피할 수 있을까

송고시간2017-11-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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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문, 北 축구선수들의 伊 진출은 `제재 위반' 논란에 "아직 답 없는 실험"…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기린아로 떠오른 북한 출신 한광성(19.페루자)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북한'이라는 멍에를 씌우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그가 벌어들일 돈이나 명성이 북한에 가져다줄 이익을 걱정해 대북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까?

북한 한광성의 생일 파티 사진 2017.9.19 [한광성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북한 한광성의 생일 파티 사진 2017.9.19 [한광성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5일 자에서 "이탈리아에서 재능이 부화한" 한광성에 관해 거의 한 면을 할애해 다루면서, 지금은 한광성과 함께 페루자 소속이 된 역시 북한 출신 최성혁이 지난해 피오렌티나와 계약을 맺었다가 이탈리아 의원들의 문제 제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5월 미켈레 니콜레티 등 하원의원 2명이 최성혁과 피오렌티나간 계약에 관한 조사를 이탈리아 정부에 요구한 이유는 첫째 최성혁에게 지급된 돈이 북한에 흘러들어 가면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점과 둘째 최성혁의 활동 자유 등 인권이 보장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조사 결과 최성혁 이름으로 개설된 은행 계좌로 입금되고 있기 때문에 돈은 문제 없다고 밝혔고, 인권 문제의 경우는 최성혁 본인이나 구단 등 관계 당사자들이 인권침해 사례를 특정해 고소고발해야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논란에 부담을 느낀 때문인지 피오렌티나는 최성혁과 갓 맺은 계약을 5개월만에 취소했고, 최는 페루자로 이적했다. 피오렌티나는 당시 한광성에게 보이던 관심도 끊어버렸다.

뉴욕타임스엔 최성혁 사례만 소개됐지만, 지난 3월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이탈리아 의원은 칼리아리 구단 입단이 임박했던 한광성과 관련해서도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 중 하나인 세리에A(1부 리그)에 북한 선수가 진출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명백한 증거인 동시에 가장 낮은 수준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는 선수가 이탈리아에 체류하게 됨을 의미한다"며 정부에 조사를 촉구했다.

한광성은 칼리아리에 입단, 4월엔 북한 선수론 최초로 유럽 5대 리그가운데 하나인 세리에A에서 출전 두 경기 만에 첫 득점을 올리고 계약 기간이 2022년까지인 정식 계약을 체결했으나, 8월 2부 리그 소속인 페루자로 임대 이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현금 조달을 위해 해외에 파견하는 일반 노동자들과 달리, 한광성 같은 스타 선수들은 "북한 당국엔 희귀품인 북한의 소프트 파워를 퍼뜨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광성 같은 북한 축구 선수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면 북한에 "안겨주는 정치적 배당금이 엄청날 것"이라고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의 한국학 교수 렘코 브로이커는 이 신문에 말했다.

신문은 19세의 나이에 세리에 B(2부 리그)에서 올해 시즌 지금까지 11 경기중 6득점,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유망한 공격수로 떠오른 한광성에 대해 "아직 그 결과가 어디까지 미칠지 완전히 생각해보지 못한 실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북한 출신 운동선수가 성공해 스타덤에 오르고 부를 쌓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선수와 그를 고용한 구단주들은 북한의 언행 하나하나에 뒤따르는 복잡한 지정학적 긴장의 그물망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등 많은 의문에 아직 답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칼리아리 구단 측은 한광성이 북한 출신이라는 점은 중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국적이 선수의 자질을 판단하거나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던 적은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이 축구 유망주들을 유럽에 진출시키는 등 축구 진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사실도 소개했다.

북한 축구 유망주들 훈련에 관해 북한축구협회와 독점 계약을 맺은 페루자의 유스클럽 ISM은 매년 한 차례 북한을 방문, 스카우트에 나서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 2013년 평양 국제축구교실을 열어 북한 전역에서 선발된 수백 명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지난해는 노르웨이 태생 독일인 외른 안데르센을 북한 국가대표팀의 외국인 코치로 영입했다.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한광성은 이런 축구 진흥 노력의 구체적인 결실인 셈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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