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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빠지네" 수능연기에 수험생 '피로감'…"시간 벌었다" 반응도

송고시간2017-11-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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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 교장 재량으로 정상수업…"당황스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평소같이 등교하는 학생들(서울=연합뉴스) 조현후 인턴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다. 2017.11.16who@yna.co.kr(끝)

평소같이 등교하는 학생들(서울=연합뉴스) 조현후 인턴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다. 2017.11.16wh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최평천 기자 = "이게 뭐야…. 진 빠지네."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숭문고 3학년 수험생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볼멘소리하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지진이 없었다면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창 치르고 있을 시간이다.

정부가 전날 수능 일주일 연기를 발표함에 따라 애초 시험장으로 지정됐던 학교는 예정대로 휴업하고, 시험장이 아니어도 학교장 재량 휴업이 결정된 학교도 그대로 휴업한다. 숭문고는 이날 오전 9시부터 4교시 수업을 진행한다.

무거운 분위기를 띤 3학년 교실에서는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거나 친구들과 헛웃음을 짓는 학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갑작스러운 시험 연기에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책을 펴고 공부에 몰입하는 학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3학년 조모(18)군은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 컨디션도 맞춰 놨는데 연기되니 진이 빠진다"며 "일주일 더 공부할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문제집 버린 친구들도 많은데 다시 뭘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2학년 이모(18)군은 "수험생들 특강도 다시 연다고 하던데 선배들에게 정말 안 좋은 것 같다며 "나도 오늘 집에 있다가 학원에 가려고 했는데 수능이 연기되고 이렇게 학교에 나와야 해 개인적으로도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에 못다 한 시험 준비를 할 시간을 며칠 더 번 셈이어서 차라리 다행이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수험생도 있었다.

3학년 박모(18)군은 "처음에는 허탈했지만, 솔직히 아직 공부가 덜 마무리된 상태여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오늘 정상등교는 우리 학교가 시험장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로구 궁동에 있는 세종과학고도 이날 등교시간을 30분 늦추고, 50분 수업을 40분으로 단축하는 방식으로 7교시 수업을 한다.

등교하는 세종과학고 학생들
등교하는 세종과학고 학생들

오전 8시를 전후해 등교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이게 뭐야. 진짜 수업 다 하는 거야?"라고 서로 의아해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2학년 최모(17)군은 "수능 때문에 어제 기숙사에서 나왔는데 연기되는 바람에 다시 등교하게 됐다"며 "사는 곳이 성북구라 학교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정상등교 방침을 어젯밤 늦게 알게 돼 막막했다"고 말했다.

1학년 이모(16)군은 "등하교에 2시간 정도 걸리는 애들은 기숙사를 나왔다가 '멘붕'(멘탈 붕괴)됐다고 한다"며 "어젯밤 늦게 수능 연기 소식을 들어 단체 채팅방에서 오늘 정상수업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수시전형으로 이미 대학이 결정된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능 연기 소식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3학년 정모(18)양은 "이미 수시로 대학이 결정돼 큰 영향이 없고, 학교 특성상 반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며 "어제 늦게 소식을 들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만난 고3 학부모 정모(48·여)씨는 "수능이 연기됐다고 해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다행히 우리 아이는 수시가 결정돼 큰 영향은 없지만 다른 수험생과 부모들은 놀라고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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