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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해외파 의존 탈출 여자골프, 또 일본 꺾나

송고시간2017-11-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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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더퀸즈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 대표팀.(KLPGA 제공)
작년 더퀸즈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 대표팀.(KLPGA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선수 8명은 12월 1일부터 사흘 동안 일본 아이치 현 미요시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4개국 투어 대항전 더퀸즈에 출전한다.

KLPGA투어 대표팀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그리고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우승을 다툰다.

형식은 투어 대항전이다. 하지만 내용은 국가 대항전이다.

선수 구성이 현재 뛰고 있는 투어가 아니라 국적을 따랐기 때문이다.

JLPGA투어가 주무대인 김하늘(29)이 KLPGA투어 소속으로 출전하고 LPGA투어와 LET 에서 주로 활동하는 카리 웹(호주)이 ALPG 대표로 나선 이유다.

이 대회의 뿌리는 한국-일본 대항전이다.

1999년 시작된 여자골프 한일전은 2014년까지 11차례 열렸다. 2001년에는 폭설로 취소됐고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3년에는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대회가 불발됐다.

역대 한일전 전적은 한국이 7승1무승부3패로 크게 앞섰다.

특히 최근 3차례 대회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큰 점수 차로 이겼다.

한국-일본 대항전이 아닌 4개국 투어 대항전으로 바뀐 것도 일방적으로 지는 일본이 한일전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한일전을 처음 열 때만 해도 한국은 일본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1회 대회 때 한국은 일본에 승점 16-32로 완패했다. 2000년 2회 대회 때도 한국은 일본에 크게 졌다.

한일간 전세는 그러나 3회 대회 때부터 뒤집어졌다.

2001년을 건너뛰고 2년 만에 열린 2002년 대회에서 한국은 승점 30-18로 일본을 제압했다.

3회 대회부터 9차례 대회에서 한국은 7차례나 우승했다.

2005년에는 승점이 같아 무승부로 끝났고 유일한 패배를 기록한 2007년 대회 때는 승점이 같아 3개홀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을 내줬을 뿐이다.

한국이 1, 2회 때 맥을 추지 못한 원인은 국내파 선수들의 부진이었다.

국내에서 주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이 일본 선수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국내파 선수들은 특히 쇼트게임과 그린 경사를 읽어내는 시야, 위기관리 능력에서 일본보다 한 수 아래였다. 한마디로 실전을 통해서만 터득할 수 있는 경기력이 한참 부족했다.

1회 대회가 끝난 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히구치 히사코 회장은 "한국 선수들은 개인 기량은 뛰어난데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는 연간 10개 안팎 대회를 치렀다.

그런 한국이 불과 3년 만에 일본을 뛰어넘은 원동력은 해외파였다.

1, 2회 대회 때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뛰던 해외파 선수가 없진 않았다.

미국에서 뛰던 김미현과 재미교포 펄 신, 일본에서 활동한 한희원이 1회 대회에 투입됐다.

2회 대회 때도 박세리에 김미현, 장정, 펄 신 등 4명의 LPGA투어 선수가 출전하긴 했다. 하지만 1회 대회 때 김미현이나 한희원은 신인이었다. 머릿수도 모자랐지만 해외파 역시 1, 2년 차에 불과해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3회 대회 때는 해외파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장정, 박희정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미 이들은 미국 무대를 주름잡는 세계 최강의 선수들이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드림팀이 왔다"고 보도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은 한일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마지막 한일전이었던 2014년 대회 때 한국 대표팀 명단은 이런 해외파의 힘을 엿볼 수 있다.

당시 13명 가운데 최나연,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안선주, 유소연, 이미림, 최운정 등 8명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뛰던 해외파였다. 국내파는 이정민, 이민영, 전인지, 김효주, 백규정 등 5명이었다.

그러나 한일전이 4개국 투어 대항전으로 바뀌면서 한국대표팀의 구성은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KLPGA투어에서 뛰는 국내파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린 것이다.

2015년 1회 대회 때 대표팀 9명 가운데 해외파는 이보미와 김세영 둘뿐이었다.

작년 2회 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에는 해외파라곤 신지애 한 명이었다.

한국은 1회 대회 때는 일본에 우승을 내줬지만 지난해 두번째 대회에서는 일본과 결승에서 압승을 거뒀다.

올해 역시 김하늘이 합류했을 뿐 나머지 8명은 상금왕 이정은과 두명의 김지현, 그리고 오지현과 김자영, 고진영, 김해림, 배선우 등 국내파로 채웠다.

이미 해외파 없이도 일본을 꺾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한 한국대표팀은 올해도 우승이 유력하다.

지난달 26일 끝난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인비테이셔널는 이런 국내파 선수들의 경기력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린 사건이다.

KLPGA투어에서 선발된 13명은 LPGA투어 '언니'들을 상대로 승점 13-11로 이겼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팀 KLPGA는 1회, 2회 대회 모두 졌지만 3년 만에 전세를 뒤집었다.

3회 대회에서 우위에 올라선 한일전과 닮은꼴이다.

팀 KLPGA는 1회 대회 때는 첫날부터 밀린 끝에 한 번도 앞서보지 못하고 14-10으로 완패를 당했지만 작년에는 이틀째까지 우위를 지키는 등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을 보이더니 기어코 3회 대회 땐 팀 LPGA를 꺾었다.

KLPGA투어 선수들은 장타력, 샷 정확도, 쇼트게임, 그린 플레이 등 경기력에서 LPGA투어 선수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았다.

실전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나 경기 운영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 더퀸즈에 나서는 국내파 8명 가운데 김해림을 뺀 7명은 팀 LPGA를 꺾은 멤버다.

더퀸즈에서 또 한 번 일본을 제치고 우승한다면 한국여자골프는 이제 오랜 해외파 의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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