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8년에 걸쳐 우리 산문 정리한 세 학자 "지식인의 본분"

송고시간2017-12-01 15:0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안대회·이종묵·정민 간담회…"고전엔 답이 없다, 사유의 몫은 독자"


안대회·이종묵·정민 간담회…"고전엔 답이 없다, 사유의 몫은 독자"

8년에 걸쳐 우리 산문 정리한 세 학자 "지식인의 본분" - 1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식인이자 학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봉사" (이종묵)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본분"(안대회)

우리 고전 명문을 망라한 민음사 '한국 산문선'이 8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대회, 이종묵, 정민, 이현일, 이홍식, 장유승 등 6명의 한문학자가 삼국시대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옛글 600편을 선별하고 번역한 아홉 권의 역작이다.

1일 오후 서울 종각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대회, 이종묵, 정민 교수는 "논문 쓰기도, 책 쓰기도 바쁜" 학자들이 어떠한 사명감으로 작업에 매달렸는지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옛글을 가만히 보면 외교, 환경, 노화 등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과 직결된 내용이 많다"라면서 "옛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성찰했는지를 알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 교수도 "비슷한 담론이 고려 때도, 조선 때도 나온다"면서 "'한국 산문선'은 고전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확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천300년간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이 펼쳐낸 글 중에서 오늘 한국사회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일까.

안 교수는 제7권에 수록된 조선 후기 정범조의 '청과 일본의 위협'을 꼽았다.

이웃한 청과 일본이 침입할 것을 우려하면서 방책을 고민한 글이다.

안 교수는 "우리는 지금도 (한반도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라면서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온 경계나 준비 등을 보면서 그것만 갖고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허균의 논설인 '문설'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지를 담은 글"이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고전을 배척하는 요즘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한국 산문선'이 고전과 접점을 꾀하는 문화자산이 되기를 바라는 뜻을 밝혔다.

정 교수는 "우리가 장대한 글쓰기 전통이 있는 나라인데 고전을 (연구)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면서 "요즘 '한국'과 '고전'이 들어가면 대학에서도 무조건 폐강이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는 "성과 위주 체제에서 이러한 책을 내는 것은 무모한 작업일 수도 있다"라면서도 "비슷한 작업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고전에는 답이 없다"라면서 "고전은 사유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지, 글을 읽고 답을 만들어내는 것은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요즘 외국에서 한국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어하는데 한국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를 알고자 할 때 제공할만한 텍스트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음사 '한국 산문선' 작업 설명
민음사 '한국 산문선' 작업 설명

(서울=연합뉴스) 한문학자인 안대회(왼쪽), 정민(가운데), 이종묵(오른쪽) 교수가 1일 서울 종각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우리 고전 명문을 망라한 민음사 '한국 산문선'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aira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