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일본은행 무뎌진 양적완화…"스텔스 테이퍼링 이미 시작"

송고시간2017-12-04 15:38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11월까지 자금공급 51조엔…연간 목표 80조엔에 못미쳐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조용히 무뎌지고 있다. 연간 80조엔을 목표로 했던 시장공급자금의 양이 1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시장에 공급하는 자금증가액은 11월 현재 전년 동월대비 51조 7조억엔에 머물고 있다. 2013년 4월 차원이 다른 양적완화 개시이후 사실상 최저다.

일본은행은 일본에서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는 가운데 금융완화의 중심 축을 '양(量)'에서 '금리'로 차근차근 변경하고 있다. 시장에는 장래 완화축소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일본은행은 엔화 발행이나 국채의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돈을 공급하고 있다. 공급한 돈의 양을 나타내는 본원통화는 계속 늘어나서 모두 470조엔대 초반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이 되었다.

일본은행 본점
일본은행 본점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도 주오구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할 때 "본원통화를 2년간 2배로 늘리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들어 증가의 기세가 급격하게 둔해지고 있다.

작년까지는 대체로 연간 80조엔의 페이스로 본원통화를 늘리고 있었지만, 올해 초부터 서서히 둔화하고 있다. 11월이지만 목표치 80조엔에 못미치는 51조7천억엔이 되었다.

이는 2013년 7월 이래 4년 만에 최저 규모다. 2013년 4∼7월은 차원이 다른 완화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최근 증가액은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실질적으로 최소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양에서 금리로 전환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9월 이후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국채의 구입량을 조정하고 있다.

과거에 대량으로 국채를 매입해준 누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요즘은 국채를 매입하는 양을 줄여도 금리를 0% 정도로 억제할 수 있게 된 상태이기도 하다.

일본은행은 최근 금융정책결정회의 때마다 내놓은 발표문에서는 종래의 구입량인 연간 80조엔 증가를 '목적'이라고 남긴다. 그런데 이 목적은 완전히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차근차근 구입량을 줄여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스텔스 테이퍼링(드러내지 않고 몰래 단행하는 양적완화 축소)'이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다.

일본은행이 스텔스 테이퍼링을 하는 이유는 금융완화의 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생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일본은행 내부서도 양적완화가 물가에 영향을 줄지에 대한 찬반 논쟁은 계속되어 왔다. 일본은행은 2013년 양을 축으로 차원이 다른 완화를 단행했지만 그후 4년반 동안 물가상승은 약했다.

국채의 대량매입으로 장기금리를 하락시켜 경기를 지탱했지만 국채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기업·개인의 차입금리도 하락 여지가 없어졌다. 양적완화를 통한 노림수가 한계에 달해버린 것이다.

돈을 늘려도 추가 경기자극이 어려워진 것이다. 오히려 부작용은 차근차근 쌓였다. 시중은행 수익은 약화됐다. 연금 운용도 압박받았다. 개인들의 소비를 신중하게 만들어버리는 리스크도 따랐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그는 11월 강연에서 '리버설 레이트(resersal rate)'라는 용어를 사용,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완화 효과가 반전(reverse)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일본은행은 2% 물가상승 목표의 달성시기를 2019년도께로 하지만 일본은행 정책위원의 과반은 "하방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차원이 다르게 돈을 풀었지만 물가는 오히려 떨어지려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에 있어 다행인 것은 국채 구입량을 줄여도 지금까지는 "금융완화의 후퇴"라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투기적인 움직임도 아직은 없다. 국민생활에 영향은 없고 정부나 기업의 반발도 없다. 은행계는 오히려 일본은행의 자세 전환을 환영한다. 스텔스 테이퍼링이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다.

구로다 총재의 일본은행이 그동안 시장에 깜짝효과도 수반하는 강력한 금융완화 노선을 견지했지만 최근 1년여는 시중 금융기관들도 충분히 배려하는 지구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인식됐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노믹스를 금융완화로 뒷받침했다는 평을 듣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10월 31일 일본은행 본점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었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11월말 발표한 국채매입 계획에서 단기국채 매입 규모가 줄어든 것을 보여주었다. 내년에도 국채매입 축소나 장기금리 목표치 상향조치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taei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