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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통화 유로화가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송고시간2017-12-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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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신간 '유로' 출간

50유로 지폐
50유로 지폐

[유럽중앙은행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99년 1월1일 0시를 기해 유럽 11개국의 단일통화인 유로가 공식 출범했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유로 출범에 대해 "유럽 통합의 '이정표'"라고 규정했고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유로가 유럽 경제협력과 통합 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지난 50년간 지속해 온 유럽 평화와 안정을 위해 튼튼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범 2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19개국으로 늘어난 유로존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스페인과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이 줄줄이 구제 금융을 받았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유로존 탈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 내의 불평등도 심화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07년 그리스의 10.4배였지만 2015년에는 15배로 확대됐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원인 분석이 있다. 그리스처럼 개별 국가의 실패가 문제인 만큼 '형편없는 나라들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 유럽 정책결정자들의 실패라는 관점, 유로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등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중 세 번째 견해를 지지한다. 그는 신간 '유로'에서 유럽 경제 침체의 이유로 유럽연합(EU)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지목하며 유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그는 유로가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양한 국가들이 모인 유로존에서 단일통화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단일통화만 앞세웠고 그런 구조적인 결함 때문에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없었다고 비판한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 대개 국가들은 소비와 투자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환율을 조정한다. 또는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이는 재정정책을 편다. 그러나 단일통화에 가입하게 되면 개별 국가는 이자율과 환율에 대한 조정권을 잃게 된다. 그 결과 위기에 빠진 국가들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

남은 것은 재정정책뿐이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는 위기에 놓인 국가에 구제 금융을 주는 대가로 긴축 정책을 요구했다. 개별 국가들이 쓸 수 있는 하나의 카드마저 빼앗긴 셈이다.

그 결과 위기 국가들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였어야 하지만 이와는 반대의 정책을 펴야 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하나의 문제는 유로가 탄생하는데 경제과학과 확실한 근거보다는 이데올로기와 이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스티글리츠는 인플레이션을 낮게, 안정되게만 유지하면 시장이 성장과 번영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시장근본주의가 유로의 탄생 배경에 깔렸다고 지적한다.

유로가 흔들리면서 유럽도 삐걱거리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면서 극우정당들이 세를 불리고 있다. 유로존 회원은 아니었지만,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결정은 EU 체제에 대한 환멸이 배경이 됐다. 여기에는 유로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스티글리츠의 분석이다.

책은 유럽 통합의 미래를 위협하는 유로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되며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인 유로 때문에 유럽 통합이라는 프로젝트가 희생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럽프로젝트는 유로화에 대한 부정으로 희생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유럽은(세계는)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중략) 오늘날 유로존이 서 있는 위치에서 이러한 대안 중 하나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유럽을 위해서, 그리고 세계를 위해서 유럽이 그 일을 꼭 시작하기를 희망해본다." 박형준 옮김. 552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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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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