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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다 컸으니 나가라고요?…보육원 퇴소청소년 눈물

송고시간2017-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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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다 컸으니 나가라고요?…보육원 퇴소청소년 눈물 - 1

[디지털스토리] 다 컸으니 나가라고요?…보육원 퇴소청소년 눈물 - 2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조윤진 인턴기자 = 지난해 8월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부모가 없다는 것은 이런 겁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태어난 직후부터 복지시설에서 자랐다고 밝혔죠. 그는 복지시설 생활도 고달팠지만, 19살 성년이 돼 복지시설을 퇴소한 이후가 더 문제였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자립지원금 50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며 "퇴소한 친구들이 착실하게 공장에서 일을 하고 돈을 모으는 경우도 많지만, 가족이나 연고가 없기에 죽거나 사고가 나는 등 안 좋은 경우를 당하는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복지시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 아동이 만 18세가 됐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됐다고 인정되면 해당 아동은 시설에서 퇴소해야 합니다. 문제는 퇴소 이후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청소년이 많다는 겁니다.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보호종료아동 실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취업과 진학 모두 사각지대에 놓인 보호종료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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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아동복지시설은 총 281개. 미아, 미혼모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 청소년 수는 약 1만4천명에 달합니다. 매년 보호종결아동 1천여명이 사회로 나옵니다.

양육시설을 퇴소한 보호종결아동 중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단순직에 취직합니다.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퇴소 후 노무·서비스, 기계조작 등 단순직에서 일하는 청소년은 약 50.9%에 달했습니다.

진선미 아동자립지원단 책임연구원은 "취업준비중인 59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를 희망하는 경우가 23.8%로 가장 많았지만 현실에서는 단순직 종사자가 많았다"며 "희망직업이 없었던 23.4%는 여기서 오는 괴리감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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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결아동의 퇴소 후 월평균 수입은 123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월세 등 기타 생활비로 월평균 138만원의 최소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산형성 기반을 다지기 어려운 현실이죠.

이렇게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자립 생활을 시작한 보호종결아동은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시설을 떠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청소년은 40%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호종료아동이 대학 진학을 꿈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보호종결아동 중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27.6%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체 평균 대학 진학률 69.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턱없이 부족한 보호종료아동 지원…10명 중 7명이 혜택 못 받아

시설을 떠나는 청소년은 기본적으로 자립정착금을 받게 됩니다.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위한 초기비용인데요. 자립정착금을 주는 기관이 지방자치단체다 보니 지역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입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정착금은 지역별로 최대 5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습니다. 적게는 1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 가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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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은 대부분 이 금액을 생계유지나 주거 마련 등 의식주를 위해 사용합니다. 하지만 원룸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월세를 구할 때 필요한 보증금은 약 1천400만 원. 자립지원금을 최대로 받는다고 해도 안정적인 거주지를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에서 보증금을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이 전세임대 입주자 모집에 신청해 당첨되면 보증금 없이 입주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작년에는 보호종료아동의 19.2%(227명)만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0명 중 8명은 혜택을 받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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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시설도 있지만 전체 인원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자립지원시설은 아동보호시설에서 퇴소 후 전세집 등 거주지를 마련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곳인데요. 서울 3곳, 전국에 12곳으로 수용인원은 전부 합쳐서 385명에 불과합니다. 매년 퇴소하는 청소년 1천여 명 가운데 30%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중앙정부 중심의 자립정착금과 시설 지원이 필요

이러한 실정을 반영해 우리나라에서도 퇴소시기를 만 19세, 20세까지 늘리거나 퇴소와 동시에 보호종료아동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연결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회에서도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보호종료아동을 책임지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나온 상태죠.

지난 10월에는 제주도청이 아동복지시설 퇴소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자립생활관을 신축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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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에서는 보호시설을 떠난 청소년을 중앙정부가 직접 책임지는데요. 미국의 경우 보호 아동이 법적으로 성년이 되어도 교사 1명이 보호종료아동 3~4명과 함께 생활하게끔 합니다. 자립 능력이 갖춰질 때까지 도와주는 겁니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보호종료아동의 70%가 정부지원을 못 받고 스스로 살 곳을 찾아야 하는 등 여건이 심각하다"며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가 협의해 보호종료아동이 정부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포그래픽=정예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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