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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다' 감독 "상업영화 관습 벗어나 따뜻한 위로 주는 영화"

송고시간2017-12-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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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 감독
허철 감독

[더블앤조이픽쳐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돌아온다'는 외딴 막걸릿집에서 각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리움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는 이야기다.

막걸릿집 주인 변 사장(김유석), 아들과 어머니를 기다리는 할머니와 스님, 군대 간 아들이 돌아올 날만을 꼽는 엄마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

허철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에 원작인 동명 연극을 다섯 번이나 봤고, 볼 때마다 울었다고 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 모두 울고 계셨죠. 막걸릿집에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을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의 연극이었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 생각해봤죠. 그때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 사태를 겪었고, 사회는 좌우로 나뉘어 심하게 대립하고 있었죠. 당시 우리 사회의 시대 감성은 상실감이었습니다."

허철 감독
허철 감독

[더블앤조이픽쳐스 제공]

허 감독이 느낀 상실감은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우러난다.

그는 20대 때 미국 유학을 떠났다. 뉴욕시립대 석사를 하면서 방송국 아르바이트 등을 했고, 2000년부터 7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조교수를 지냈다. 그러다 2007년 고려대 미디어학부 부교수 제안을 받고 한국에 돌아왔다. 유학을 떠난 지 꼭 15년 만이었다. 한국에서 교수직과 영화 일을 함께하기란 쉽지 않았다. 유학 시절에도 한 번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결국 5년 만에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20대에 떠났다가 40대에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사회의 겉모습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한강 다리의 조명도 예뻐지고, 학생들이 영어를 하는 것도 그렇고…그런데 어딘가 빈 듯한, 뭔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당시 받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연극 '돌아온다'를 보며 큰 위로를 받았고, 그 위로를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어 영화화를 결정했다. 주연인 김유석과 손수현을 제외하고, 조연들을 원작 연극의 배우들로 캐스팅한 것도 연극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였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더블앤조이픽쳐스 제공]

이 영화는 사람들의 기억에 따라 과거와 현재, 상상이 뒤섞이며 흘러간다. 큰 줄기는 변 사장과 아들의 갈등이다. 변 사장은 젊은 시절 자신이 외면했던 아들과 오랜만에 재회하지만, 이 모습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상상인지는 나중에야 밝혀진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간입니다. 순차적이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할 때마다 원하는 대로 끌려 나오죠.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뜨개질하듯 이야기해 결국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흘러가다, 막판에 퍼즐이 꽉 끼는 듯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허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실상을 다룬 '영화판'(2012)과 제주 강정마을을 소재로 한 '미라클 여행기'(2014) 등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으나 장편 극영화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데뷔작으로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의 첫 영화 경쟁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허 감독은 "수상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면서 "그냥 놀러 가는 심정으로 혼자 영화제에 갔다가 덜컥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더블앤조이픽쳐스 제공]

'돌아온다'는 평단의 호평 속에서도 스크린을 많이 잡지 못했다. 이달 7일 개봉해 3천500명 정도가 관람했다. 허 감독은 "독립영화관들도 외면해서 의아할 뿐"이라며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좋은 편인데, 극장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허 감독은 내년 1월 싱가포르의 명문인 난양공대 예술대학 부교수로 자리를 옮긴다. 영화를 계속 만든다는 조건으로 수락했다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시아계 배우들을 기용해 영화도 만들 예정이다.

한국영화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다시 버려져 한국으로 추방된 뒤 이태원 등지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한 뮤지션의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허 감독은 "영화는 종합예술로 색채와 음악, 편집, 연기 등이 모두 어우러져 감동을 줘야 하는데, 한국의 상업영화들은 스타와 시나리오 위주여서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상업영화의 관습을 따라가기보다 따뜻한 위로를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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