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10만원도 비현실적'…김영란법 선물값 올라도 농가 시큰둥

송고시간2017-12-11 18:0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영광 굴비·횡성 한우 등 지역 특산품 10만원 훌쩍 넘어

"개정해도 매출 증가에 도움 안돼"…과수·화훼농가는 기대감

청탁금지법 개정안(PG)
청탁금지법 개정안(PG)

[제작 최자윤, 조혜인] 일러스트

(전국종합=연합뉴스) "소고기 담은 상자랑 과일 담은 상자를 똑같이 10만원 받고 팔라는 거죠. 상품에 따라 가격에 차이를 둬야 하는데 농촌 현실을 모르니까 숫자놀음을 하는 거죠"

국민권익위원회가 11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개정해 공직자 등에게 제공 가능한 농축산물 선물 상한액을 올리기로 했지만, 특산품 농가는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역에서 소량 생산하는 특산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한액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농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굴비 고장' 전남 영광 법성포 상인들은 농축산물 상한액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굴비 원재료인 참조기 20마리가 들어있는 상자가 15∼20만원에 거래돼 법 개정 이후에도 매출 증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라며 실망스런 모습이다.

해마다 생산량이 줄고 물가가 상승해 판매가를 낮출 수도 없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강철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은 "물가 상승으로 더는 굴비 가격을 낮출 수가 없다"며 "정부가 그나마 국민 여론을 듣고 개선책을 내놨다는데 의미를 두고 상한액에 맞는 상품 제작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우 농가도 농축산물 선물 상한액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엄경익 강원 횡성축협조합장은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 생산 단가가 높은 한우 농가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축산물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 그대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도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횡성에서 한우를 생산하는 한 농민은 "구이용 한우는 통상 ㎏당 10만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선물 상한액이 조금 늘어나는 것은 다행이지만, 농민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전북 고창에서 한우 70여마리를 키우는 이모씨도 "한우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생산 단가는 폭등해서 아무리 돈을 들여 키워도 남는 게 없다. 소 한 마리 키우는 사룟값만 200만∼300만원"이라며 "이런 상황에 선물값 10만원으로 늘려준다고 좋아할 농가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반대로 과수와 화훼농가는 매출 증가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소포장과 낱개로 판매했던 고품질 상품을 선물용으로 팔 수 있을 것으로 상인들은 내다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대운 대구경북능금농협 본부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명절 선물용 사과 판매가 20∼30% 줄었다"며 "상한액이 오르면 농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모씨도 "최근 인건비와 생산비가 모두 올라 상자를 만들려면 최소 6만∼7만원을 받아야 선물을 팔 수가 없었다"며 "상한액이 오르면 이제 선물용 상자도 만들어 내다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국내 화훼산업 중심지인 경남 김해 농가들은 "화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화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저가 화훼 수입이 늘어 얼어붙은 시장이 온기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권익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3·5·10 규정'을 '3·5·5+농축수산물 선물비 10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해 가결 처리했다.

(최병길, 이승형, 이상학, 장덕종,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