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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내가 널 버린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란다"…50대 엄마 눈물

송고시간2017-12-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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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아동 신고, 5년간 10만 건…막을 길 없나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신아현 인턴기자 = "며칠 뒤면 우리 아기 못본 지 21년이 돼요. 만약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 잘못이니까. 그리고 결코 내가 널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라고 꼭 당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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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57·인천시) 씨는 1997년 4월 20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주변에서 아들 김하늘 군을 잃어버렸다. 실종 당시 만 3세였다. 여느 때처럼 집 앞에서 놀다가 사라진 아들을 두고 정 씨는 "지금쯤이면 이제 막 군대 제대했을 나이일 텐데…"라고 말했다. 그는 "연말연시인 요즘처럼 추울 때 더 아들이 생각난다"며 "찾겠다는 기대감으로 20년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실종 아동 사건으로 인해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각종 대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실종 아동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접수된 신고만 10만건이 넘는다. 특히 10년 이상 찾지 못하고 있는 아동도 400명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혈육을 잃어버린 이들은 몸과 마음 모두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매년 2만 건의 전화 "아이가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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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만 건 안팎의 아동 실종 전화가 걸려온다. 경찰청 내부행정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올해 접수된 실종 아동 신고는 1만8천534건이다. 전체 실종 신고 중 지적·정신 장애인, 자폐 환자, 치매 질환자 등을 제외한 18세 미만 아동만을 선별한 건수다.

2011년 3만 건에 육박하던 실종 아동 발생건수는 2012년 2만7천295건으로 2.9% 감소했다. 이어 2013년에는 전년 대비 4천 건 이상 줄었다. 2012년 7월 시행된 '지문 등 사전등록제' 덕분이다.

보호자가 사전에 자녀의 지문과 사진, 연락처를 등록해두면 자녀 실종 시 경찰이 해당 자료를 통해 실종 아동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주민등록상 지문 정보 자체가 없는 미성년자의 특성상 실종자 수색에 지문 정보를 이용하려면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

실종 아동의 지문 정보 등이 사전에 등록돼 있다면 경찰이 지문을 스캐너로 인식해 해당 아동의 신원과 보호자 연락처를 바로 알 수 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2만 건 미만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2016년에 소폭 오르면서 1만9천870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전망이다. 최근 5년간 누적 신고접수는 10만2천51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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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실종 아동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6 통계 연보'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 접수는 경기도가 5천539건(남부 4천473건+북부 1천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이 3천738건, 인천이 1천388건, 부산이 1천36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제주도가 315건으로 가장 적었고 울산 384건, 충북 568건 등이 적은 편에 속했다. 대체로 지역별 인구와 비례해서 실종 아동 발생 건수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실종 예방 수칙(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실종 예방 수칙(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실종 아동은 나이가 어릴수록 많았다. 전문기관인 초록우산재단 사이트에 게시(26일 기준)된 실종 아동 11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실종 당시 나이가 0~5세 미만인 아이들은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에 절반에 달하는 비율이다. 심지어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되는 만 0세의 유아도 4명이나 존재했다.

이어 5~10세 미만이 30명, 15세 이상이 13명, 10~15세 미만이 12명으로 나타났다.

◇ 만나면 알아볼 수나 있을까...장기 실종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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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픈 이들은 장기 실종 아동을 둔 가족들이다.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 처리 규칙 제2조에 따르면 실종 신고 후 아이가 48시간이 지나도 발견이 안 되면 장기실종 아동으로 분류한다.

경찰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장기 실종 아동은 모두 528명이다. 1년 미만은 110명, 1년~5년 미만은 22명, 5년~10년 미만은 14명 등이다. 특히 10년 이상인 장기 실종 아동은 382명에 달한다. 전체의 72.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통은 커진다. 20년째 아들 김하늘 군을 찾고 있는 정혜경 씨는 "아이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몸과 마음 모두 다쳤다"고 말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아이를 찾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우울증에 공황장애 뿐만 아니라 목, 허리, 무릎 디스크 수술까지 했다"고 말했다.

26년째 딸 유리 양을 찾고 있는 정원식(67) 씨도 마찬가지다. 정 씨가 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경기도 안산 단원구 원곡동의 원곡 성당 앞이다. 딸은 당시 국민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만 11세의 아이였다. 당시 같이 놀던 사촌 동생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유리 양을 데려갔다고 했다. 1991년 8월 5일 오후 7시 30분에 생긴 일이다.

정 씨는 "하루에 많이 자봐야 4~5시간이다"라며 "우리 딸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이 들면 온몸이 무언가로 찔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며칠에 한 번씩 실종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유리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얼마 전이었죠. 국민학교 6학년이었는데 다음 주면 마흔이 돼요. 서로 알아볼 수나 있을까요? 그래도 건강 챙기려고요. 그래야 더 찾고, 만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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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실종 아동 가족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또 다른 난관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생계를 제쳐놓고 아이 찾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한국가족복지학회에서 발간한 '장기실종아동 부모의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종 아동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며 관계는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동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기도 하고 보호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장기실종 아동 부모들의 43%가 아동 실종 후 실직·이직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9년의 한 연구에서는 장기실종 아동 1명이 발생할 경우 약 5억7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한다. 윤봉원 씨는 1999년 4월 14일 대낮에 경기도 오산에서 딸 윤지현(실종 당시 9살) 양을 잃어버렸다. 이후 윤 씨가 전국에 안 다녀본 곳이 없었다. 딸을 찾으러 경기도 오산, 용인, 평택 등은 물론이고 멀리는 부산이나 '땅 끝 마을' 해남까지도 갔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해지고, 지치고, 한계에 부닥쳤다. 결국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다. 윤 씨는 "딸이 실종된 후 자책감과 원망에 서로 상처 주고, 다투는 경우가 많았다"며 "빨리 돌아와서 다른 가족들처럼 연말에 오순도순 모여서 올 한 해 이야기도 하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모임 회장은 "실종 아동이 발생한 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이 지쳐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주변 사람의 도움도 끊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고 가정 불화도 생긴다"고 말했다. 직장도 팽개치고 아이 찾기에 몰입하게 되면서 일상 생활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나 회장은 "자책감과 서로에 대한 원망 등으로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이 반복된다"며 "실종 아동 발생 가정 중 70% 이상이 해체됐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짜 문제는 이런 이유로 설령 아이를 찾더라도 아이가 돌아갈 가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이 잃어버렸다면...방법은

정원식 씨 딸 유리가 실종된 당시 장소인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원곡 성당 부근 (정원식 씨 제공)

정원식 씨 딸 유리가 실종된 당시 장소인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원곡 성당 부근 (정원식 씨 제공)

예방이 먼저다. 실종 아동 발생을 방지하고 빠른 시간 내에 찾기 위해서는 '아동 지문사전등록제'가 필수다. 아이와 함께 경찰서 지구대나 파출소를 방문해 등록하면 된다. 무료다. 경찰청의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사전지문등록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반드시 적극적으로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지문 등록제는 아이 찾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일조했다. 2013년 당시 사전등록 정보가 있는 실종 아동 등(지적 장애인, 치매환자 포함)이 실종 후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0.4시간에 불과했다. 그 해 전체 실종 아동 등이 실종 후 발견되기까지 평균 86.6시간에 걸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시간이 단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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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EQF1TgbyUg

아이가 실종됐다면 신속한 신고 접수가 급선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먼저 할 일은 '182번'으로 신고하는 것"이라며 "골든타임 3시간 안에 아이의 흔적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아이들의 걸음은 생각보다 빠르고 직진으로 가는 경향이 크다"며 "마지막 실종 장소로부터 반대로 추적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평상시에 아이에게 충분히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모 이름을 비롯해 가족 관계, 집 주소 및 전화번호 등을 외우도록 하고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경찰이나 시민 등 다른 이들이 아이를 발견해도 부모에게 연락을 할 수 있다.

이건수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담당관은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의 특성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라며 "평소에 어떤 행동을 보여왔는지는 결국 왜 실종이 됐는지를 분석하는 실마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초기 수사 방향을 정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실종 당시의 상황도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 이 담당관은 "가령 아이의 나이가 7살 정도인데, 당시에 이사한 지 얼마 안 됐거나 낯선 곳을 들렀을 때 실종됐다면 이는 단순히 길을 잃었을 확률이 높다"며 "자발적 실종(가출)이라면 친구나 부모 등 주변 사람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에 실종 전 누군가를 만났다면 납치나 감금의 확률이 높다"며 "등하굣길 등에서 아무 이유 없이 없어졌다면 이 또한 범죄에 당했을 경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5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의 주최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실종아동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실종아동의 날 행사는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실종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됐다. 2017.5.25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5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의 주최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실종아동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실종아동의 날 행사는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실종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됐다. 2017.5.25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실종 아동 신고가 들어왔을 때 가택 수색 영장이 있어야 수색이 가능한데 이러면 찾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며 "긴급 실종 사건의 경우에 한해 선 수색, 후 영장 발부로 개선해야 한다. 아이들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아동법에 사전지문등록제, DNA등록제, 앰버경고, 코드아담 등 좋은 제도가 많이 담겨 있지만 관련 내용을 일반 시민이 잘 모른다"며 "법을 개선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법에 담긴 내용이 실생활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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