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일본 젊은 세대, 물건 소유 보다 SNS '좋아요' 선호

송고시간2018-01-02 10:56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SNS에서 공감 가치 발견, '좋아요' 숫자를 가치로 환산

"승·패자 분명한 사회서 성장, 뒤쳐질까 불안해 하는 심리"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젊은 세대의 물건 소유 욕구가 약화되고 있다. 물건 소유에 관심을 보이지도 흥미를 느끼지도 않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이 5년 마다 실시하는 전국 소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 독신 남성근로자의 2014년 월간 소비지출은 15만6천 엔(약 147만 원)이었다. 이는 15년 전보다 15%, 2만7천 엔(약 25만 원) 줄어든 것이다. 여성도 16만1천 엔(약 152만 원)으로 5%, 8천 엔(약 7만5천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과 자동차·의류 등에 대한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자동차 소유자(주 운전자) 중 30세 미만자의 비중은 6%로 파악됐다. 2001년의 14%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반면 운전면허 소지자는 지난 10년간 3.6% 증가했다. 면허는 있지만 운전하지 않는 젊은이가 많다는 뜻이다. 필요할 경우 부모나 친지 등에게서 빌려 쓰고 자기 소유의 승용차를 갖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구가 나오코(久我尚子) 주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경기 둔화기에 성장해 수세적인 소비경향이 몸에 배는 바람에 물건을 구매하려는 의욕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일을 하는 시부야 나오토(22)에게 '낭비'는 금물이다. 후쿠오카(福岡)시에 있는 자기 집에는 TV도, 전자레인지도 없다. 집안에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구입한 청소 로봇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일용품도 미리 사두지 않는다. "많이 사면 보관장소가 필요하고 재고도 파악해야 해 번거롭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을 하는 이토 고타(28)는 PC 화면에 스카이프로 친구를 불러내 놓고 컵에 맥주를 따라 화면 너머로 건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27년 전 아버지가 구입한 단독주택에 살지만 자기 방에는 책상과 조명용 스탠드, PC만 놓여있다. 은퇴한 아버지는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겨울에 실시하는 에어컨 대폭 할인판매에 넘어가 충동구매를 하기도 하지만 그는 그런 짓을 일절 하지 않는다. 3년 전부터 블로그 등에 글 쓰는 일을 시작한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묻는 말에 "없다"고 딱 부러지게 답했다. 자동차는 물론 없고 SNS로 교류하는 200여 명의 친구들과도 실제로 만나 노는 일은 거의 없다.

패션, 자동차, 외식 등으로 한때 일본 소비시장을 견인했던 젊은이들의 욕구는 어디로 갔을까.

이토씨는 "우리 세대는 물건이 아니라 '좋아요'를 선호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사진이 잘 나오게 한다는 의미의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가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됐다. 멋진 카페나 경치 좋은 관광지, 회식 현장 등을 찍어 SNS에 올려 "좋아요"를 얻는 데서 공감하는 가치를 찾는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도쿄도(東京都) 내 거주 여성(27)은 작년 11월 요요기(代代木)공원 근처의 카페에서 생일파티를 했다. SNS 동영상에는 5명이 즐기며 웃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런데 사실은 파티에 동석한 4명의 여성은 돈을 내고 "빌린 친구"들이었다.

친구 대여사업을 하는 이시이 유이치(36)씨는 "월 50건 정도의 주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남미녀를 확보해 놓고 복장에도 신경을 써 '인스타바에'를 연출한다고 한다. 이 여성은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친구가 없었다. 빌린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고 한다. 파티에 쓴 비용은 4만6천 엔(약 43만5천 원)이었다.

[게티이미지 뱅크 제공]
[게티이미지 뱅크 제공]

SNS에 개인적인 내용을 올려 올라오는 반응에서 가치를 찾는 현상에 대해 모로토미 요시히코(諸富祥彦) 메이지(明治)대학 교수(임상심리학)는 "남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주위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어느 시대, 어느 세대에게도 있기 마련이지만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사는 생활에서는 "SNS의 세계에서 떨어질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좋아요"의 숫자도 중요하다. 모로토미 교수는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에 알기 쉬워 얼마나 많이 받느냐를 가치로 환산한다"고 설명했다.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어디서 오는 걸까. 쓰쿠바(筑波)대학의 도이 다카요시(土井隆義) 교수(사회병리학)는 고도성장기에 비해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사회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주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lhy5018@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