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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닥친 최대 위협은?… 브렉시트 아닌 동유럽 '역심'

송고시간2018-01-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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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폴란드 새해벽두부터 핵심가치에 도전장

"민족주의·포퓰리즘 내세우는 동유럽 국가들, EU 개조 노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EU가 근래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애초 예상을 뒤엎고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옛 공산권 국가들의 저항이 오히려 더 큰 위협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사법 파동, 난민 거부 정책 등으로 EU와 충돌해온 헝가리, 폴란드를 주축으로 하는 일부 동유럽 국가들이 EU에서 탈퇴하는 대신 EU에 민족주의적 가치를 불어넣어 개조하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브렉시트가 결코 아니다'라는 분석 기사에서 헝가리, 폴란드를 중심으로 느슨한 동맹체를 형성하는 권위주의적, 민족주의적 국가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EU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환영식서 함께 걷는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신임총리
헝가리, 환영식서 함께 걷는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신임총리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3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마테우시 모라비 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정상회담 뒤 EU의 난민정책을 거부하면서 동유럽 국가들에 "유럽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 있다"며 "우리는 강력한 발언권을 원한다"고 밝혔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권이 들어선 두 나라는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를 타개하고자 EU가 추진해온 난민 분산 정책을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폴란드는 최근 정부와 여당이 법관을 임명하도록 법을 개정해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급기야 EU는 지난달 폴란드의 EU 투표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헝가리는 오르반 총리의 측근 인사들이 속속 언론사를 인수해 언론 독립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헝가리 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자국 출신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를 겨냥해 그가 세운 중앙유럽대학(CEU)을 폐교할 수 있는 법을 만들고 시민단체 자금 내역을 공개토록 하면서 EU와 갈등을 빚었다.

EU와 대립하는 헝가리, 폴란드 양국이 결속을 과시하는 가운데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 이들과 구성한 지역협력체 비셰그라드 그룹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우파와 극우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 오스트리아도 난민할당제 폐지를 요구하고 역내 재외국민에 대한 자녀양육 수당 축소 등 난민복지를 줄여 EU의 차별금지법에 맞서며 EU와 대치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CNN은 이런 국가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특성들로 과도한 국가안보, 이주민·난민 거부, 이슬람 혐오증, 거대한 군대와 엄격한 국경 강화, 사법부와 언론에 대한 간섭, 러시아 등 유사한 견해를 가진 독재 정권과의 친분 등을 꼽았다.

EU 이끄는 '쌍두마차' 프랑스와 독일[AP=연합뉴스 자료사진]
EU 이끄는 '쌍두마차' 프랑스와 독일[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는 이런 국가들은 영국처럼 EU를 탈퇴하기보다는 "EU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민족주의적 가치에 부합하는 유럽 동맹의 구성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EU는 혈통과 역사, 영토를 공유하는,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들로, 특수한 권리를 가진 이들의 동맹체다. 그러나 이들이 추구하는 권리는 EU가 강조하는 인권이 아닌 민족국가로서의 주권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이런 권리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강제 병합한 것이나 1990년대 초 옛 유고연방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가 개입할 당시 합리화를 위한 근거로 제시됐다.

CNN은 동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정권이나 유럽 각국 극우 정당들이 꿈꾸는 EU로의 개조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겠지만 이들이 세를 확장해가고 있는 만큼 EU의 난민할당제를 비롯한 여러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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