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 영국총리 '브렉시트 중단 청사진' 공개
송고시간2018-01-05 11:52
'경제 망가진다' 비관 속 새 국민투표까지 제안
텔레그래프 비판론 소개…"틀린 주장, 시민불복종 논란"
'경제 망가진다' 비관 속 새 국민투표까지 제안
텔레그래프 비판론 소개…"틀린 주장, 시민불복종 논란"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중단시키려는 계획을 밝혔다가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32쪽에 달하는 '브렉시트 중단 청사진' 보고서를 내놨다.
'브렉시트 - 이제 우리가 알게 된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그는 브렉시트 결정이 이미 영국 경제의 생산성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식품물가는 올라가고 투자는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금융서비스, 농업, 건설, 자동차 산업 등을 포함해 16가지 측면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을 강조하면서,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EU에서 떨어져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르웨이는 스위스 등 비(非) 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으로, EFTA가 EU와 유럽경제지역(EEA)을 맺어 EU 단일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EU 규제를 따르고, 노동의 자유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EU는 영국이 노르웨이처럼 단일시장 접근권을 가지려면 '4대 자유 이동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보고서가 2019년 3월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를 앞두고 제2의 국민투표를 끌어내기 위한 블레어 및 다른 정치인들의 활동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곧바로 비판에 부딪혔다.
전 보수당 재무장관이자 유명한 유럽통합 회의론자인 라몬트 경은 "블레어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다. 그가 내놓은 청사진의 주요 주장들은 모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국 경제가 즉각적인 불경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블레어 전 총리의 주장을 비판했다.
노동당의 고참 하원 의원조차 블레어 전 총리의 행위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간섭"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의 여러 주장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강하게 반박됐다.
라디오 진행자인 존 험프리스는 "보고서는 국민투표 이후 NHS의 직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NHS에서 일하는 EU 국적자들은 5.4%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브렉시트 결정이 영국의 생산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생산성 문제는 블레어 총리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제2의 국민투표나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블레어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민 불복종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제2의 국민투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또 다른 투표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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