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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옥죄기 들어간 금융당국…정권초 관치금융 논란도

송고시간2018-01-1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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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어찌될지 모르는데 왜 서두르나"…후보자 인터뷰 보류 요구

2009년 'KB 사태' 재연 우려…강정원 내정자 물러나고 'MB 측근' 어윤대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융당국이 결국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금융권에선 3연임을 염두에 둔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회장의 3연임이 무난하다는 평가 속에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왔다.

회추위는 지난 9일 후보자를 27명에서 16명으로 줄인 데 이어, 오는 15∼16일 후보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해 쇼트리스트(최종후보군)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쇼트리스트에 김 회장이 포함되는 것 역시 금융권에선 당연지사로 여겨지고 있다. 그룹 내 리더십이나 실적 측면에서 유력 후보 1순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대로 차기 회장 선임을 진행하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금융과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에 대해선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 중이다.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에는 김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관련됐을 수 있다는 게 의혹을 제기한 하나금융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쇼트리스트 포함이 유력한 김 회장이나 함 행장이 차기 회장을 맡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검사에서 사실관계를 최대한 빨리 밝혀낼 테니 그때까지 쇼트리스트 발표를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지난 12일 회추위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나서 회장 후보 선임을 진행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 회장이 연임한 2015년에 회추위는 2월 23일에 그를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달 앞선 오는 22일 회장 후보를 선임하는 일정을 잡았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왼쪽)과 강정원 전 KB금융 회장 내정자(200당시 국민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왼쪽)과 강정원 전 KB금융 회장 내정자(200당시 국민은행장)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지난번보다 한 달 앞당길 특별한 사유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회장 선임을 강행할 경우 과거 'KB금융[105560]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9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KB금융 회장에 내정됐지만, 금감원 검사에서 강 내정자가 '사후 중징계'를 받으면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황영기 전 회장에 이어 강 내정자까지 물러나면서 KB금융의 신뢰도와 기업가치가 추락했다는 우려를 일부 회추위원도 보였다고 금융당국은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에서 어찌 될지 모르는 김 회장이 3연임하면 9년 전 KB금융 사태와 같은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가 당국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을 무시한 채 후보군 인터뷰를 강행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당국의 입장 표명이 정당성 여하를 떠나 민간 금융회사 CEO 선임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했을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현직이 너무 계속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3연임을 앞둔 김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회추위 구성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다거나 "현직 CEO의 영향력 아래서 회추위가 구성"된다고 거들었다.

결국 금융위와 금감원이 주거니 받거니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암묵적으로 김 회장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보내거나 '미운털' 박힌 인사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라는 견해도 있다.

2009년 KB 사태 때는 황 회장과 김 내정자가 물러나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던 어윤대 회장이 선임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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