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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늘] 드디어 '이름'과 '휴일'을 되찾다

송고시간2018-03-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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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에는 이런 일이

한옥마을에서 열린 널뛰기 (2004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옥마을에서 열린 널뛰기 (2004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설과 추석은 사흘 연휴입니다. 앞뒤로 주말이 붙거나 대체공휴일까지 적용되면 닷새 혹은 그 이상의 연휴도 가능합니다. 올해 설은 2월 16일이며 나흘 연휴입니다.

차량 몰린 서울 톨게이트 (1995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차량 몰린 서울 톨게이트 (1995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연휴는커녕 휴일이 아닌 때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휴일은커녕 '설'로 부르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1989년 1월 25일은 이날을 '설날'로 다시 부르고 사흘 연휴를 결정한 날입니다. 우리 명절과 세시풍속을 되찾게 된 겁니다.

서울역 찾은 귀성객들 (197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역 찾은 귀성객들 (197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음력 정월 초하루인 '설'의 기원은 여러 가지입니다. '낯설다'에서 나온 말이라는 주장도 있고, '시작한다'는 뜻인 '선다'에서 유래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근신한다'는 의미의 '사리다'가 어원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새로 한 해가 시작되는 낯선 날에 근신하며 조상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국유사', '고려사' 등의 문헌에도 보이는 날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이 4대 명절이었습니다. 떡국을 먹어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며, 설빔을 차려입고 널을 뛰고 연날리기를 하며 액을 쫓습니다. 이런 풍속은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졌습니다.

텅 빈 서울 시청 앞 (1990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텅 빈 서울 시청 앞 (1990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꽉 찬 서울 톨게이트 (1990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꽉 찬 서울 톨게이트 (1990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설날이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서 사라졌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전통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설날을 억압했습니다. 양력을 쇠는 것이 '근대화'라고 강조하면서 '신정(新正)' 쇠기를 강요했습니다.

해방 후에도 '신정 우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정에 대비해 '구정(舊正)'이라는 이름도 생겼습니다. 두 번 설을 쇠게 되면 산업화 시대에 국가적, 국제적 낭비라는 '이중과세(二重過歲)' 논란이 설날을 복원하지 않는 주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설날이 공휴일은 아니어도 고향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수구지심(首丘之心)'입니다.

설빔 입고 고향 가는 가족 (198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빔 입고 고향 가는 가족 (198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8년 아수라장이 된 서울역 앞 예매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8년 아수라장이 된 서울역 앞 예매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붐비는 서울역 앞 창구 (197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붐비는 서울역 앞 창구 (197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휴일 지정 여부로 논란이 계속되던 중, 정부는 1985년이 되어서야 설날을 하루 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나마 이름도 '민속의 날'이었습니다. 전통과 역사성을 지닌 고유의 세시풍속을 마치 금기어인 양 취급했습니다.

'민속의 날'과 '구정'이라는 기형적인 이름을 극복하고 마침내 '설날'의 이름을 찾게 된 건 1989년 오늘이었습니다. 거의 80년 만이었습니다.

단체로 귀향하며 즐거운 직장인들 (198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단체로 귀향하며 즐거운 직장인들 (1986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설 연휴 열차표 예매가 지난 16일 오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 심야부터 표를 사기 위해 밤샘 하려는 사람들이 서울역에서 진을 칩니다.

올해의 2월 달력
올해의 2월 달력

연휴를 이용해 해외나 국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어르신들이 역귀성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머릿속엔 항상 '고향'이 먼저입니다.

예매 시작 하루 전 밤에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매 시작 하루 전 밤에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는 새해를 두 번 맞습니다. 양력 1월 1일에도, 음력 정월 초하루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인사를 건넵니다. 이중과세가 낭비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친지, 친구, 동료들에게 이런 인사를 한 번 더 나누는 낭비는 좋은 일이 아닐까요?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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