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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김영철 "한국인에 필요한 '진짜 미국식 영어'는…"

송고시간2018-01-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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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라디오 인기코너, 책으로 펴내…"기막힌 호흡 덕분"


SBS라디오 인기코너, 책으로 펴내…"기막힌 호흡 덕분"

김영철-타일러의 영어 이야기
김영철-타일러의 영어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방송인 타일러 라쉬(왼쪽)와 개그맨 김영철이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7
ryousanta@yna.co.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발품 팔았다'는 많이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니까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 해브 빈 어라운드(I have been around)!"

"아, 아, 안됩니다. 크크크. 그 표현은요, 많이 사귀어봤다는 이야기인 거에요, 신체적으로. 좀 헤프게 돌아다녔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발품 좀 팔았다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청취자 사연을 접수한 '철업디'(Cheer Up DJ) 김영철이 자신 있게 문장을 내놓는다. 대다수 한국인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그럴싸한 답이다.

마주앉은 타일러는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고민하던 그는 "유 저스트 해브 투 고 올 오버 더 플레이스(You just have to go all over the place)"라는 문장을 대신 제안했다.

15일 방송된 SBS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의 코너 '진짜 미국식 영어'(진미영) 풍경이다. 청취자들이 온갖 '영어 두통' 사연을 보내면, 김영철이 나름의 문장을 만들고 타일러가 이를 실제 미국인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다듬어 주는 식이다.

개그 못지않게 영어에 열정을 불살라온 '토종' 개그맨과 사자성어에까지 통달한 미국인 '언어 천재'가 지난 1년여간 진행해온 방송의 인기는 뜨겁다. 팟캐스트로라도 '진미영'을 꼬박꼬박 챙겨 듣는 이들도 많다.

호응에 힘입어 방송 내용을 갈무리한 동명의 책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둘을 최근 양천구 목동 SBS 라디오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인터뷰하는 김영철
인터뷰하는 김영철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개그맨 김영철이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7 ryousanta@yna.co.kr

김영철은 캐나다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뒤 2003년부터 15년간 수많은 영어 수업을 섭렵했다.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 각인된 김영철은 타일러를 만나면서 '진짜' 미국식 영어에 눈뜨는 중이라고 했다. 책에서 "진한 미국 맛"으로 표현된 영어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타일러가 유창한 한국어로 "언어는 환경, 그 상황을 인지하는 방식에서 나온다"는 설명을 시작했다.

"청취자 사연을 영어로 옮길 때는 그 상황이 미국에서 일어났다고 일단 상상해 봐요. 미국에서 이렇게 말하면 주변 반응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죠. 가장 그 상황에 적합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표현을 옮기죠. 문법적으로 틀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 자연스러운 표현들이에요."(타일러)

물론 이질적인 두 문화와 사고를 오가다 보면 한계에 부닥칠 때도 있다. 이날 녹화에서 '심장이 쫄깃쫄깃하다'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상대를 찾지 못한 것도 그중 하나다. 김영철은 "설명을 들은 타일러가 그런 영어 표현은 없다면서 대신 '마이 하트 이즈 파운딩'(My heart is pounding)을 알려줬는데 '쫄깃쫄깃하다'와는 좀 다른 것 같다"라면서 "우리가 형용사 표현이 더 강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일러·김영철 "한국인에 필요한 '진짜 미국식 영어'는…" - 3

방송가, 서점가 할 것 없이 영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진미영'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다렸다는 듯이 자랑이 쏟아진다.

김영철은 "김영철이라는 사람의 일, 이차원적인 답변이 있고 타일러라는 사람의 정답에 가까운 설명이 이어지는 것이 매력"이라면서 "타일러의 신뢰성에 '포인트'가 있지만 제 (콩글리쉬) 과정이 없으면 또 그만큼 (재미가) 안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생님과 진행해도 재미있겠지만 정말 타일러와 저는 기막힌 호흡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철이 형'이 속사포로 "타일러만한 사람이 없다"고 격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타일러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타일러는 "다른 책들은 문법, 어휘 같은 하나의 체계로 언어를 가르치는데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해당 언어 사용자들의 사고 방법을 배우는 것, 그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라면서 상황을 파고드는 '진짜 미국식 영어'만의 강점을 내세웠다.

한국 사회는 요 며칠 유치원 방과후 영어금지 논란으로 한층 시끄러웠다. 수년간 한국 사회의 영어 몰입 세태를 지켜본 타일러는 "조금 과해서 불필요한 정도"라고 지적했다.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영어든, 한국어든 한국의 언어 교육에서는 그 실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숙달도에요. 그런데 사실 언어는 숙달하기보다 활용하는 것입니다. 적은 표현으로도 얼마나 많이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거든요. 한국인들이 영어를 굳이 더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알고 있는 것만 충분히 활용하면 됩니다. "(타일러)

타일러가 말하는 '진짜 미국식 영어'
타일러가 말하는 '진짜 미국식 영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7 ryousanta@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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