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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가정 아픔 다룬 황선미 작가 신작 '할머니와…'

송고시간2018-01-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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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두 번째 작품

황선미 작가
황선미 작가

[스콜라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등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황선미가 신작으로 조손(祖孫) 가정의 아픔을 다룬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스콜라)를 내놨다.

황선미 작가가 어린이 주변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동화로 쓰고, 이보연 아동심리 전문가가 상담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만드는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이혼이나 생계의 어려움 등으로 부모가 아이를 키우지 못해 조부모 손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조손가정이 사회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이 동화는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도움이 있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주인공은 열두 살인 기훈이. 최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시장통 분식집으로 일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기훈이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커진다. 할머니는 오전에 웃음치료 교실까지 다니면서 상실감을 극복하고 꿋꿋이 기훈이를 키우려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노쇠한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동네 공부방에서 무료로 과외를 받는 덕분에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별난 자존심 때문에 친구들과 다퉈도 사과를 잘 하지 않아 관계가 종종 삐걱거린다.

'애어른'이라 불릴 정도로 조숙한 기훈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머리가 복잡하기만 한데, 갑자기 집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고 마트에서 주문하지도 않은 식료품 꾸러미가 배달돼 오는 등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자 더욱 혼란스럽다. 게다가 집 앞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치는데, 우연히 보게 된 아프리카 구호 활동 사진전에서 그 남자가 사진작가이며 그의 이름이 자신의 아버지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다.

기훈이는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되고, 다행히 든든한 후견인도 두게 되면서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작가는 이번에도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예민하고 미묘한 심리를 잘 풀어내 보여준다. 아이들은 자신이 친구들과 다르거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상처받는다. 조부모가 아무리 큰 사랑을 줘도 부모의 부재는 아이들의 가슴에 큰 구멍을 남길 수밖에 없다. 이웃과 사회의 티 나지 않는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조부모가 늙어갈수록 의료·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이 만난 한 조손가정의 아이를 떠올리며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그 아이는 열한 살이었어요. 사회 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어떤 노부부의 하나뿐인 손자. 부모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아이. 노부부는 당신들이 세상에 없어도 손자가 성장할 때까지 누가 좀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좁은 거실 한쪽에 그 애가 있었어요. 나는 그 애가 있는 데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어요. 그 애는 어른스럽게 못 들은 척하기도 했지요."

"그 아이가 내내 마음이 쓰여서 작품 속 주인공으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손 내밀어 줄 어른 하나쯤 있었으면 해서. 어른스러운 아이보다 아이다운 아이, 자신을 잘 표현하는 아이가 당연하고 귀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 시간 속에서 미래의 어른이 자라나니까요."

아동심리 전문가인 이보연은 조부모 육아의 어려움으로 건강과 체력, 죽음, 죄책감 등을 꼽으며 어두운 가족사라고 해서 아이에게 비밀을 만들기보다는 상황을 잘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할머니 역시 기훈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기훈이와 할머니 모두 놀라고 당황스러웠지. 하지만 당황한 순간이 지나면 오히려 오해와 염려가 풀리며 편해지게 돼. 가슴속에 쌓였던 사연을 풀어놓으면 관계가 깊어지고 상처는 치유될 수 있어. 이러한 속 시원한 경험을 위해서는 누군가 용기를 내야 해."

176쪽. 1만1천원.

조손가정 아픔 다룬 황선미 작가 신작 '할머니와…' - 2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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