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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방탄소년단 "성공 비결은 SNS 아닌 진심+실력"①

송고시간2018-0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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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선택 옳은 길이라 느낀 한해…불안과 외로움은 평생의 공부"

'넘사벽'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넘사벽'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박수윤 기자 = 20대, 먹어도 먹어도 한창 배고플 나이. 오후 5시 과자를 한바탕 풀어놓고 간식 타임을 갖는 방탄소년단은 먹성이 좋았다. 시간을 채 치듯이 쪼개야 하는 멤버들(RM 24, 슈가 25, 진 26, 제이홉 24, 지민 23, 뷔 23, 정국 21)에게도 성공과 함께 집밥이 그리운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진이처럼 서울에 본가가 있는 친구들은 한 끼씩 먹고 오고, 정국이와 지민이는 부산이 본가라 1년에 한두 번씩 집밥을 먹는 것 같아요."

요즘 그 어떤 스타보다 만나기 어렵다는 방탄소년단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인터뷰했다.

이미 1년 치 스케줄이 풀로 차 올해도 갈 길이 바쁜 멤버들은 "그래도 잠은 하루 6~7시간 정도 잔다. 진과 뷔만 게임을 하느라 조금 늦게 잔다"고 가벼운 물음에도 허투루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은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Her)와 싱글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으로 미국 빌보드에서 최초·최고 성적을 냈고, 가온차트 집계로 앨범 판매량 150만장을 기록하며 여러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지난 1년여간 비약적인 도약을 하면서 서태지와아이들, H.O.T, 동방신기, 싸이처럼 가요사의 의미 있는 분기점이 될 '넘사벽' 그룹이 됐다.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생각이 많아지는 연초"라며 어느 때보다 진지한 속내를 꺼내놓았다. '진심'이란 단어를 반복하면서 땀이 열매를 맺던 순간의 감정, 이면의 불안과 고독, 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 솔직하게 대화를 리드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과의 일문일답.

미국 빌보드에서 최초·최고 기록을 세운 방탄소년단
미국 빌보드에서 최초·최고 기록을 세운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 '마이크 드롭' 가사 속 스웨그(허세)는 누구나 공감됐을 법하다. 가사처럼 '트로피들로 백이 가득한' 한 해를 보냈는데.

▲ 돌아보니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성과를 이룬 한해였다. 성과의 근원은 팬분들이 파이팅 있게 힘찬 응원을 해주신 덕이다.(제이홉)

▲ 시상식이든 미국 NBC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든 떤 기억이 없다. 팬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수란 직업을 택한 내 길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느꼈다.(정국)

▲ 음, 지난해 더 잘생겨진 것 같다. 이 멘트를 몇년간 해서 팬분들이 이해하실 거다, 하하. 팬들과 소통을 굉장히 많이 한 한해였다. 콘텐츠가 다양해졌고 여러 방면에서 소통하며 팬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나갔다.(진)

-- 다양한 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과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고, 정치권에서는 소통법을 배우자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세련된 음악, 청춘과 교감하는 동시대적인 메시지, '칼 군무', 친근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 등 여러 요소가 집약됐을 텐데, 멤버들이 생각하는 포인트는 뭔가.

▲ 이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제가 대표로 200번 넘게 답한 것 같다. 답하면서 점차 정리되는데, 이게 최신 버전이다. 방시혁 프로듀서님의 선구안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우리가 힙합 크루로 시작했는데 방 PD님은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우린 실제 그런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래퍼였고, 퍼포먼스 실력을 갖춘 멤버들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큰 키워드에서 보면 성공 비결은 '진심+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은 대중의 눈에 다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SNS로 소통을 많이 했다는 것에만 주목한다. 더 중요한 건 우린 가수이니 음악과 퍼포먼스의 퀄리티가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갖춘 상태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진심과 메시지, 우리가 꾸준히 한 소통 빈도수가 합쳐졌고, 그 모든 걸 방 PD님이 선구안을 갖고 밀어줬다. 자유를 줬고 우리도 플레이어로서 '하이 리스크'(High Risk)를 잘 짊어지면서 '하이 리턴'(High Return)을 했다. 회사와 우리의 공이 반반으로,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비즈니스 파트너로 협업 관계를 맺어가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RM)

▲ 저도 궁금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한가지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누군가는 해야 했던 것인데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저는 거기서 출발한 것 같다. 최근 연초이고 싱숭생숭해서 '예전에 어떻게 음악 작업했지?'라고 돌이켜보니 처음부터 방 PD님은 그랬다. 조그만 작업실에 앉아서 '너네 무슨 얘길 하고 싶니? 이 비트의 주제를 생각해봐'라고. 우린 그때 '취향을 존중해라', '왜 학교와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을까'라며 출발한 것 같다. 제일 안타까운 점이 우리를 분석할 때 SNS로만 성공했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팬미팅 사회를 본 김생민 선배님이 팟캐스트에서 우리에 대해 '잘하는데 열심이기까지 하니 이길 수가 없다'고 칭찬해줬다. 그걸 듣고는 '정말 우리가 했던 게 느껴지시는구나' 싶었다. 이 점을 알아주시기까지 5년이 걸렸다 싶어서 뭉클했다.(슈가)

여러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쓴 방탄소년단
여러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쓴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 지난해는 마치 '기록 제조기' 같았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빌보드 성적과 앨범 판매량이었는데, 감동적으로 다가온 수치는.

▲ '마이크 드롭' 리믹스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28위로 처음 진입했을 때다. 어릴 때부터 봐온 '핫 100'에 우리 이름이 있는 게 충격적이었다. 보통 미국에서 '핫 100'의 톱 40을 전국적인 히트로 치는데 30위 안에 든 것 자체가 엄청났다.(RM)

▲ 전 앨범 판매량이 확 와 닿았다. 우리가 작업한 음악이 담긴 앨범이 큰 수치로 판매됐다는 점에서 감동이 있었다.(제이홉)

▲ 사실 수치나 기록에 연연하진 않는다. 작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TV에서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으니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자랐다. 출연도 감격스러운데 공로상을 받은 다이애나 로스 바로 앞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슈가)

-- 특히 미국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현지 팬들이 라디오 스테이션에 노래를 신청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빌보드 순위에 힘을 실어줬고, 지금도 '마이크 드롭'은 '핫 100'에 8주 연속, '러브 유어셀프 승-허' 앨범은 '빌보드 200'에 총 15주간 진입하며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현지 팬들은 어떤 부분에서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던가.

▲ 저희를 사랑해주는 방식과 표현은 한국과 미국 팬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꼽자면 그곳 팬들은 우리끼리 있는 모습을 가장 좋아했다. 뭘 하든 함께 하니 특이 케이스로 보였나 보다.(슈가)

▲ 비슷한 맥락인데, 결과적으로 팬들도 팬이기 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중이다. 그분들이 '코어 팬'이 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구별해서라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비하인드 등 영상 콘텐츠에서 느껴지는 저희의 케미스트리와 진심, 음악과 퀄리티 높은 퍼포먼스가 결합하면 그것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는 것 같다. 그 점이 언어장벽을 넘어 라디오에 우리 노래를 신청해주는 기폭제가 된 것 같다.(RM)

-- 미국 3대 토크쇼에 출연했는데, 비하인드 에피소드는.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너희 팬들은 왜 이렇게 열정적인가', '어떻게 이런 멋진 팬들을 얻은 거야'란 질문이었다. (뭐라고 답변했는지 묻자) 영어를 잘하는 RM이 계속 답했다.(웃음)(뷔)

▲ 당초 3사 토크쇼 모두 무대만 잠깐 하기로 했는데 제작진이 현장에 온 팬들의 '떼창'과 반응을 보고 즉석에서 게임과 토크 등 MC와 함께하는 코너들을 추가했다. 엘렌과의 토크도 없었는데 엘렌이 저희 팬들을 보고서 '안 되겠다, 뭐라도 더 하자'고 해서 만들어졌다. 그게 팬들의 힘이다.(RM)

▲ 저희가 한마디씩 하려고 통역사 형님에게서 멋있는 단어와 문장을 받아 외웠는데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해 답변을 제대로 못 했다. 뷔가 꼭 나올 확률이 높은 예상 질문을 밤새 준비했는데 못해서 귀여웠다.(진)

▲ (답변을 적어둔 휴대전화 메모장을 찾아보며) 무대 관련 예상 질문이어서 답을 다 외웠는데 엘렌이 질문을 안했다. 통역사 형이 분명 '이 질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웃음).(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한 방탄소년단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3년 데뷔 때부터 소년과 청년의 꿈과 현실을 직시했고, 슈가의 믹스테이프 '마지막'이란 곡에서도 아이돌 스타를 꿈꾸던 시절 현실과의 괴리감, 우울감과 강박 등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연습생 시절을 돌아봤을 때 불안의 에너지를 어떻게 극복했으며 지금은 그 꿈의 어디쯤 왔다고 생각하나.

▲ 불안함과 외로움은 평생 함께하는 것 같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큰 의미를 두는데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상황과 순간마다 감정은 너무 달라서, 매 순간 고민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나 또한 불안하고 당신 또한 그러하니 같이 찾고 공부해봅시다'란 말을 하고 싶다. 난 꿈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 꿈을 전부 다 이뤘다. 연습생 때는 가수로 데뷔해 음악 하는 게 꿈이었고 데뷔 후에는 1위를 해보는 것, 1위를 하고는 대상을 받고 일본과 미국에 나가는 것. 사실 빌보드나 'AMA'까지는 상상도 못 한 먼 얘기였지만 이뤄졌다. 지금은 예전보다 명확한 꿈을 위해 달려가는 느낌은 없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뀐 것은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행복도 중요하니 (그것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가수로서 많은 걸 이뤘지만, 작년 한 해는 터닝 포인트가 된 시점인 것 같다. 아직 저는 26살밖에 안 됐고 데뷔 전부터 치면 음악을 10년 넘게 했지만 앞으로 더 오래 할 것이 때문이다. 생각이 정말 많아지는 연초다.(슈가)

▲ 인간은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생각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다른 세계를 지배하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한다. 사랑하면서 이별을 생각하고 성공이라 느낄 때 추락과 실패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우리 유전자 안에 있다. 슈가 형 맥락과 비슷한데 (불안은) 그림자 같다. 조금 더 제 케이스에서 얘기하자면, 아버지가 25년 회사 생활하면서 이명(耳鳴)을 얻으셨다. 일에 집중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증상이 없다가도 스트레스받거나,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할 때 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로 나타나 힘들다고 하셨다. 누군가에겐 이명으로 나타나는 불안은 그림자 같아서 제 키가 커지면 더 커지고, 밤이면 더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마음속 반대편의 양가적 감정을 극복한다고 말할 순 없고 다만 인간은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이나 어둠을 갖고 가야 하니 안식처가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에 저는 유일한 게 음악이었고 운 좋게 그걸 선택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직업적, 경제적으로 성취했다. 그래서 저는 불안함과 차라리 친구가 될 수 있게 안식처를 여러 개 만들어놨다. 피규어 수집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옷을 산다든지, 모르는 동네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한다든지. 버스를 타고 모르는 동네에 내려 다녀보면 제가 이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된다. 그럼 불안이 분산된다.(RM)

-- 그래도 경험을 녹인 가사를 볼 때 지난 5년간 힘든 순간이 많았을텐데.

▲ 저는 그런 순간을 회피하는 편이어서 게임을 하며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게임을 하면 전혀 다른 성격의 나로 살아보게 된다. 최근 게임을 다시 시작했는데 10년 전 게임을 할 때 만난 친구들을 우연히 만났다. 물론 실제 만난 적은 없고 아이디로만 아는 사이버 친구들이다. 그런데 뭔가 반가웠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서 즐거웠다.(진)

▲ 어쩌면 지금이 가장 외롭고 지치는 시기인 것 같다. 우린 항상 행복한 상황이라고 얘기해왔는데, 뭔가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친구, 가족이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외롭더라. 얼마 전에 한 일인데, 우리 노래를 다시 들어보고 우리가 라이브 한 영상을 찾아보니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지민)

mimi@yna.co.kr, clap@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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