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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 한장 못남기고 당할뻔한' 보이스피싱서 시민 구한 역무원

송고시간2018-02-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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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박승무 부역장…역내 물품보관함 앞서 피해여성 도와 112 신고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시민을 구한 서울대입구역 박승무 부역장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시민을 구한 서울대입구역 박승무 부역장

[서울교통공사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근무하는 박승무(59) 부역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역내를 순찰하다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20대 여성 A씨가 물품보관함 앞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쩔쩔매고 있던 것이다.

A씨는 불안한 듯 연방 손을 떨고 있었고, 얼굴은 사색이 된 채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박 부역장이 본 상황은 보이스피싱 사기 현장이었다.

검찰을 사칭한 낯선 사람이 A씨에게 "XX 투자신탁에 계좌를 가진 것이 맞느냐"며 "해당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가족까지 다치게 됐다. 피해를 막으려면 '10원 한장 빼놓지 말고' 전부 인출해 서울대입구역 물품보관함에 넣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자초지종을 상부에 이야기조차 못 한 채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금천구에 있는 회사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와 서울대입구역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A씨의 가방에는 사기범이 시킨 대로 1천400만원이라는 거금이 현금으로 들어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박 부역장이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자 A씨는 '다른 사람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사기범의 지시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그야말로 이상한 상황이 연달아 일어나자 박 부역장은 '무언가 일이 생겼구나'고 직감하고 종이와 펜을 A씨에게 건냈다.

보이스피싱 [연합뉴스 자료 이미지]
보이스피싱 [연합뉴스 자료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그제야 A씨는 종이에 이 같은 상황을 적어냈고, 박 부역장은 A씨가 거액을 물품보관함에 넣으려던 찰나 이 일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박 부역장은 "처음에는 그냥 무슨 일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보이스피싱 사기라고까지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며 "상황을 알게 되자 우선 이어폰 한쪽을 받아 들고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폰을 갖다 대자 휴대전화 너머로부터는 "혹시 누가 듣고 있느냐"며 "검찰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돈을 넣지 않으면 가족까지 다친다"는 섬뜩한 말이 흘러나왔다.

박 부역장은 이에 112에 바로 신고했고, 달려온 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을 보고서도 보이스피싱 사기였다는 사실을 한동안 믿지 못하던 A씨는 역 사무실에서 30분가량 경찰과 박 부역장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A씨는 이후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까운 은행에서 안전하게 현금 1천400만원을 계좌에 다시 입금했다. 1천만원이 넘는 돈이 사기범의 수중으로 넘어갈 뻔한 아찔한 위기를 넘긴 순간이었다.

경찰은 A씨에게 돈을 요구한 신원 미상의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쫓고 있다.

박 부역장은 "평소 기사를 통해서만 피해 사례를 봤는데, 실제로 가까이서 이런 일을 접하니 누구라도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1천400만원이라는 큰돈을 지키게 도와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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