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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날개짓 용산전자상가…"랜드마크 만들어 발길 이끌어야"

송고시간2018-02-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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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용산 터줏대감' 장병군 상인회 회장·'일기예보' 출신 가수 나들 인터뷰

"전성기엔 횡단보도에 수백명 몰렸죠"…관광특구 지정 제안도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돕기에 나선 장병군 회장(좌)과 가수 나들(우).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돕기에 나선 장병군 회장(좌)과 가수 나들(우).

[촬영=이태수]
ts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는 장사가 참 잘 됐어요. 요기 앞에 사거리를 보면 횡단보도 한 번 건너는데 200∼300명씩 몰렸다니까요." (장병군 연합상인회 회장)

"대학교 2학년 때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용산전자상가에 와서 필요한 부품을 사서 컴퓨터를 조립했죠. 음악을 하려면 기존 컴퓨터로는 할 수 없고 특별하게 세팅해야 했거든요."(가수 나들)

서울 시내 전자산업의 '메카' 용산전자상가의 장병군(62) 연합상인회 회장은 16일 자신이 기억하는 옛 용산의 전성기를 '북새통'으로 표현했다.

장 회장은 1988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진전자상가 11동 1층에서 조명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그로부터 강산이 3번 변하도록 30년을 꽉 채워 한 자리를 지켜왔다. 그야말로 용산의 전성기와 쇠퇴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봐온 셈이다.

서울시는 '쇠퇴일로'를 걷던 용산전자상가에 청년 창업 공간 등을 꾸미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인근 용산 개발과 맞물려 사람이 북적이는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30년 용산 터줏대감임을 자처하는 장 회장과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을 돕고자 홍보 노래를 부르기로 한 그룹 '일기예보' 출신 가수 나들(50)씨를 장 회장의 점포에서 만났다.

장 회장은 "한창 게임기가 유행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말 그대로 이 근방이 학생들로 넘쳐났다"며 "인천·의정부·천안 같은 지방에서부터도 학생들이 찾아오니 이 소식을 듣고 비행 청소년도 몰려들어 매일 물건을 훔치고 돈을 뺏는 통에 근처 파출소에 늘 5∼6명씩 붙잡혀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하지만 IMF 지나고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상거래의 시대가 열리면서 서서히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며 "인터넷이 오프라인을 잡아먹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좋아좋아'·'인형의 꿈' 등의 히트곡을 배출한 그룹 일기예보 출신 나들 역시 이곳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하면서 당시 기지개를 켜던 '컴퓨터 음악'에 필요한 각종 기기를 용산전자상가에서 구했다고 한다.

나들은 "용산에서 구한 부품으로 만든 컴퓨터로 '인형의 꿈' 같은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며 "용산은 내가 음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굉장히 소중한 장소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소상공인을 돕고자 전국 비(非) 프랜차이즈 업소를 찾아다니며 소규모 공연을 펼치는 '골목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마침 공연 기획을 도와주는 지인이 도시재생을 공부한 터라 뜻이 맞아 서울시의 용산전자상가 재생 사업에 힘을 보태게 됐다는 설명이다.

용산전자상가. 최근 세워진 고층 호텔과 대조를 이룬다
용산전자상가. 최근 세워진 고층 호텔과 대조를 이룬다

[촬영=이태수]
tsl@yna.co.kr

그는 히트곡 '좋아좋아'를 '용산 좋아'라는 식으로 번안해 도시재생 홍보곡으로 널리 알릴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들은 "골목 상권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문화가 살아야 한다"며 "용산전자상가가 낙후한 것은 사실이다. 전자상가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주변의 미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원처럼 놀고, 쉬고,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 역시 용산전자상가가 다시 날갯짓하려면 도심 속 유명 관광지로 꾸며 시민의 발길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산전자상가를 관광특구로 만들어 이태원과 용산가족공원 등을 잇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면 어떻겠냐"며 "규제를 풀어 인근 주차장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용산전자상가 사거리에 커다란 전광판을 세워 '랜드마크'로 삼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장 회장은 "도시재생을 발판 삼아 서울시, 용산구, 전문가, 시설주, 상인이 힘을 모아 아이디어를 논의한다면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한다"며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용산전자상가를 다시 살리기에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용산이 저에게 무엇이냐고요? 저는 여기서 젊음을 불살랐고, 자녀도 키웠고, 청춘을 즐겼어요. 용산전자상가는 제 인생 그 자체인 셈이죠." (장병군 회장)

"사람이 오지 않는 점이 문제지, 전자산업 자체로는 용산이 아직 다른 곳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완성품이야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지만 필요한 부품 하나하나를 구하려면 용산 아니면 답이 없어요. 그렇다면 사람이 찾아오는 문화의 거리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요?" (가수 나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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