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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북 응원단 다녀간 '오죽헌'…추운 겨울에 더 빛나는 그 매력

송고시간2018-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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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매력 발산하는 고가(古家)…대학자 이이의 발자취 곳곳에

(강릉=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하얗게 내린 눈 위로 검은색 대나무는 더욱 빛을 발한다.

보물 165호 강릉 오죽헌(烏竹軒)은 말 그대로 오죽(烏竹) 즉, 검은색 대나무가 집을 둘러싸고 있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오죽헌의 검은 대나무 위 내린 흰 눈.(성연재 기자)
오죽헌의 검은 대나무 위 내린 흰 눈.(성연재 기자)

오죽은 벼목 화본과 식물이다. 언제 우리나라에 전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오죽헌은 원래 사임당의 외가 쪽 가옥의 별채였다.

사임당이 이이 선생을 낳아 기른 집으로,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3칸짜리 작은 집이다. 오른쪽 방이 바로 이이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나머지는 거실과 이이가 공부한 곳이다.

강릉시내에 설치된 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수호랑이.(성연재 기자)
강릉시내에 설치된 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수호랑이.(성연재 기자)

이곳은 사임당의 어머니 이씨의 집이었다.

이씨도 친정에 살면서 사임당을 비롯해 다섯 딸을 길렀다.

조선 초기에만 해도 결혼한 남성이 여성의 집으로 와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초선 초기의 결혼문화는 여성 중심이었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사임당도 19살에 이이의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무려 25년을 이 친정집에 살았다.

결혼 이후에도 남편은 사랑채에 머물렀고, 사임당은 안채에 머물렀다.

오죽헌 주위에는 검은색 까마귀처럼 짙은 색의 대나무가 집을 둘러싸고 있다.

눈이라도 내린다면 대나무의 검은색은 반사된 광선 덕분에 더욱 빛난다.

강릉 경포대에서는 대관령의 일몰이 인상적이다.(성연재 기자)
강릉 경포대에서는 대관령의 일몰이 인상적이다.(성연재 기자)

타고난 총명함에다 사임당의 지극한 교육으로 율곡은 13살의 나이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율곡은 벼슬에 오르기 전 무려 9번에 급제를 하게 된다.

이렇게 승승장구만 했을 듯한 이이도 큰 좌절을 맛본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 사임당의 죽음이다.

이이가 16살이 되던 해다.

그는 어머니 무덤 앞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여묘(廬墓)살이를 했다. 지금의 나이로 중학교 3학년생이나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이이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19살에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입산 1년이 지난 뒤 자신을 추스린 이이는 강릉으로 돌아와 학문에 정진했다.

왼쪽이 이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성연재 기자)
왼쪽이 이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성연재 기자)

오죽헌에서 가장 처음 만날 수 있는 곳이 자경문(自警門)이다.

이이가 금강산에서 돌아와 11개 조목으로 된 '자신을 경계하는 글' 자경문(自警文)을 쓰고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실천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 올림픽을 맞아 방한한 북한의 응원단이 취주악 공연을 펼친 곳이 바로 자경문 앞이다.

이이는 나이 29에 대과에 장원급제한 뒤 20년을 관직에 머물며 대학자로 활약했다.

그는 또 훗날 있을 국란을 막고자 한 선각자로 추앙받는다.

1582년 '선조수정실록'을 보면 율곡은 "10만의 군사를 양성해 뜻하지 않은 변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10만 양병설'의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당대 쌍벽을 이루던 인재였던 서애 류성룡은 이이의 10만 양병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한다.

"군대와 식량이 모두 부족하니 큰 적이 침범해 온다면 아무리 지혜로운 자도 계책을 쓸 수가 없다"며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던 이이는 병조판서 자리에서 탄핵돼 물러나야만 했다.

이이 사후 10년도 안 돼 임진왜란이 터졌고, 류성룡은 재상으로 올라 임란을 극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죽헌 뒤쪽의 군락.오죽은 어릴 때는 일반 대나무처럼 푸른색을 띠지만 점차 검은색으로 변한다.(성연재 기자)

오죽헌 뒤쪽의 군락.오죽은 어릴 때는 일반 대나무처럼 푸른색을 띠지만 점차 검은색으로 변한다.(성연재 기자)

오죽헌 인근에는 오죽 한옥마을도 있다.

오죽헌이 있는 죽헌동에 조성한 숙박시설로, 고즈넉한 한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올림픽 기간에는 퓨전 국악 공연과 무형문화재 공연, 다도, 떡 메치기 등 다양한 전통 공연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강릉에서는 초당두부를 빼놓을 수 없다.(성연재 기자)
강릉에서는 초당두부를 빼놓을 수 없다.(성연재 기자)

며칠전 서울∼강릉 KTX 잔여석이 아직 일부 남아 있다는 코레일발 보도가 나왔다.

설 연휴가 지난 다음은 다소 여유가 있으니 예약 대기를 걸어놓으면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겨울 오죽헌을 찾아 하얀 눈 위로 자라고 있는 오죽을 보며 율곡 이이의 발자취를 한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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