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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원은요"…한국서 8번째 설맞는 스리랑카인 인디카씨

송고시간2018-02-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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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기능 인력 비자 받아 계속 일하는 게 꿈"

"외국인 근로자 냉대·무시 하지 말아주세요"

"제 소원은요"…한국서 8번째 설맞는 스리랑카인 인디카씨 - 1

(음성=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한국에서 원 없이 일할 수 있는 E7-4(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를 발급받는 게 소원입니다"

올해로 한국에서 8번째 설을 맞으며 코리안드림을 꾸는 스리랑카인 인디카(40)씨의 올해 꿈이다.

이 비자를 발급받으면 본국에서보다 7∼8배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원 없이 일할 수 있다.

그가 현재 가진 비자는 E-9 비자다.

이 비자로는 아무리 길어야 4년 10개월간만 체류할 수 있다. 이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그가 이 비자 취득을 올해 목표로 세운 이유다.

인디카 씨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06년이다.

당시 그는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두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었다.

한국땅을 밟기 위해 스리랑카 정부가 시행하는 2주간의 교육을 받고 기초적인 한국말을 배웠다.

그런 뒤 한국에 입국했다.

2012년까지 강원도 화천의 목재회사에서 1년 8개월, 경북 성주의 섬유회사에서 2년가량, 경남 함안군의 섬유회사에서 2년가량 구슬땀을 흘리며 코리안드림을 꿔왔다.

그도 한국땅을 밟고 나서 한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적지 않게 고생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눈치껏 일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말이 서툴러 직장 상사를 하대했다가 혼난적도 있었다.

"제 소원은요"…한국서 8번째 설맞는 스리랑카인 인디카씨 - 2

인디카씨는 "'생신 축하해요' '진지 드셨어요'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한 적도 있었습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한국인 직장 상사가 이름을 뻔히 알고 있는 동료 외국인 근로자를 '야', '너'라고 부를 때는 아주 섭섭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를 악물고 한글과 기술을 배운 이유다.

섬유기계 조작 및 수리 기술은 어깨너머로,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은 주변 사람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물어서 배웠다.

성주에 있는 섬유회사도 그의 근면·성실함과 기술력을 인정해줬다.

당시 이 회사는 인디카 씨에게 한국 근로자와 똑같은 월급을 줬다.

함안군 섬유회사로 옮기게 된 것도 기술을 인정받아 스카우트 된 것이다.

함안군에 있던 회사에서는 보너스까지 받았다.

음성경찰서 외사담당 성철기 경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보너스를 받는 게 흔치 않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인디카씨는 말 그대로 한국에서 승승장구하며 자신만의 꿈을 이뤄가는 듯했다.

하지만 비자가 발목을 잡았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는 바람에 2013년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아픔을 겪었다.

그가 올해 E7-4 비자를 따겠다는 포부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올 한해 400명의 외국인 근로자만 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이 비자를 따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비자다.

인디카씨는 지난해부터 음성경찰서에서 통역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스리랑카인이 조사를 받을 때 통역하는 것이다.

그만큼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한다.

그는 작년 8월부터 이 경찰서가 운영하는 치안봉사단원으로도 활동한다.

음성 치안봉사단 발족
음성 치안봉사단 발족

[충북 음성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치안봉사단은 음성군민과 이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만들기 위해 음성경찰서가 외국인 근로자들로 조직한 봉사단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음성지역 인구는 10만6천53명이다. 이중 외국인 근로자가 8천747명이다.

그가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덕도 쌓고 봉사점수도 딸 수 있어서다.

그의 고국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다.

고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공덕을 쌓을 수 있다는 믿음이 짙게 깔렸다는 게 인디카씨의 설명이다.

봉사점수를 따면 그가 꿈꾸던 E7-4 비자를 발급받을 때 훨씬 유리하다.

성 경장은 "외국인과 주민 간 융합을 돕기 위해 올해는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 치안봉사단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선회와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는 인디카씨는 "고국에도 설이 있다"면서 "설빔을 입고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부모님께 인사한다"고 소개했다.

설과 추석 때 한국의 민족 대이동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고국에 있는 여동생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고향의 향수를 달랜다"는 인디카씨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생활했으면 하는 게 올해 꿈"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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