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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월드의 화려함 이면엔…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송고시간2018-0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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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퓨처랜드에 새 차가 들어왔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여섯 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와 친구들의 시끌벅적한 대화로 시작한다. 곧 아이들의 장난이 이어진다. 2층 난간에 올라 새 차 유리창에 침 뱉기.

문제가 생기면 삿대질을 해가며 책임 소재를 따지는 어른들과는 다르다. 무니는 차 주인의 딸 젠시(발레리아 코토)와 금세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냥 놀 거예요!"

거의 소리 지르듯 쉴 새 없이 떠들고, 방방 뛰며 춤추는 무니만 보면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그린 영화 같다. 무니가 사는 건물은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 연보랏빛으로 칠해져 있다. 이름은 '매직 캐슬'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그러나 무니의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분위기는 어두워진다. 매직 캐슬은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일종의 임시주거지다. 단칸방에 함께 사는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는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한다. 핼리는 정부 보조금도 받기 힘들게 되자 행인들을 상대로 장사에 나서고 나중엔 남의 물건에 손도 댄다.

무니를 둘러싼 환경에 익숙해지면 영화의 시작을 알린 아이들의 장난도 달리 보인다. 꼬마들은 남의 새 차에 침을 뱉는 정도의 놀이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이스크림 살 돈도 없어서 가게 주변을 맴돌며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손을 벌린다.

무니가 사는 매직 캐슬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다. 무니와 핼리는 꿈과 환상의 세계라는 그 안으로 한 번도 들어가지 못한다. 고작 함께 손을 잡은 채 디즈니월드 주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향수를 파는 정도다. 그마저 경찰도 아닌 디즈니월드 직원에게 제지당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2008년 경기침체 이후 디즈니월드 주변에는 주거가 불안정한 이들이 모여 사는 모텔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원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숙박시설이었다. 무니가 사는 매직 캐슬은 실존하는 모텔 이름이다. 영화 제목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가 1965년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진행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일대의 부동산 매입계획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꼬마들의 시끌벅적한 천진함과 유려한 영상미는 영화 내내 이어지지만, 디즈니월드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소외계층의 비참한 현실을 표나게 드러내는 역설적 장치로 읽힌다. 모텔 매니저 바비(윌럼 더포)는 건물을 관리하고 꼬마들이 일으킨 사고도 해결하는 일종의 아버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바비 역시 사회적 맥락에 놓고 보면 건물 주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실생활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시종 시끄럽게 떠들다가 막판에 관객의 눈물을 빼는 브루클린 프린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윌럼 더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요즘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션 베이커가 '스타렛', '탠저린' 등 전작에 이어 주변부 인물들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연출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3월 7일 개봉.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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