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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유작 사후 34년 만에 출간…학계 '흥분'

송고시간2018-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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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 시리즈 네 번째 책 '육체의 고백' 프랑스서 출간

1982년 생전의 미셸 푸코(왼쪽)와 철학자 알랭 핑켈크로트
1982년 생전의 미셸 푸코(왼쪽)와 철학자 알랭 핑켈크로트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서구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가 타계 직전까지 매달린 미완의 유작이 사후 34년 만에 출간됐다.

'성의 역사' 시리즈의 네 번째 저서인 푸코의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이 출간되자 서구 학계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출판사 갈리마르가 최근 펴낸 이 유작에서 푸코는 초기 기독교 사상과 인식에 나타난 성(性)의 문제를 꼼꼼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탐구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클레멘트 등 초기 성직자들이 성의 문제를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살핀 푸코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초기 기독교 사상이 당시의 이교(異敎)들과 비교해서도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너그러운 태도를 취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후에 기독교에 자리 잡은 성에 대한 억압적인 관념이나 관습은 오히려 이교도들의 생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코에 따르면 성에 억압적인 도덕률들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독교 지도자들은 간통·동성애·자위·순결 등 성의 전반적인 논의들을 금기시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토론했다고 한다.

특히, 초기 기독교에서는 성관계에서 '동의'(同意)의 필요성이 명확히 부각됐고, 강요와 폭력에 의한 성관계, 즉 강간은 당시에도 불법이었다고 설명한다.

푸코의 전작들에서 보이는 화려한 수사학은 보이지 않고 정밀한 텍스트 분석에 치중해 건조하게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을 편집한 철학자 프레데릭 그로스는 책의 편집자 서문에서 "푸코의 판권자들은 현 시대와 여건이 푸코의 이 중요한 미완성 유작을 출간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영·미권 및 프랑스 언론들은 미투(#metoo)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터져 나온 요즈음에 푸코가 탐구한 성의 인식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푸코는 이 유작 전에 '성의 역사' 시리즈 세 권인 '지식의 의지'(1976), '쾌락의 활용'(1984), '자기 배려'(1984)를 펴냈다.

푸코는 1984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타계하기 직전까지 매달리던 원고가 사후에 출판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푸코의 모든 친필 기록물이 2012년 프랑스 '국가 유산'으로 지정되고, 소유권자인 동거자 다니엘 데페르가 2013년 '육체의 고백'의 육필원고와 1차 교정본 등 푸코의 모든 기록물을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매각한 뒤부터 유작 출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국립도서관에서 푸코 연구자들이 이 유작에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유족들은 결국 더 많은 독자가 유작을 읽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푸코의 유언을 거슬러 출판을 결심했다.

34년 만에 푸코의 유작이 출간됐다는 소식에 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과 영미권 등 서구 전반의 사상사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푸코의 유작이 사후 30년이 넘어 책으로 나온 것 자체가 매우 중대한 의미라는 것이다.

푸코 권위자인 영국 워릭대 스튜어트 엘든 교수는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구를 '현재의 역사'로 규정한 푸코는 우리가 지금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구했다. 광기·정신병·처벌·섹슈얼리티 등의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이번 연구는 푸코가 여전히 중요한 참고대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미셸 푸코의 미완성 유작 '육체의 고백' 표지
최근 출간된 미셸 푸코의 미완성 유작 '육체의 고백' 표지

[갈리마르 출판사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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