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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소녀가' 이자람-이소연 "늑대와 '노는' 빨간망토 이야기"

송고시간2018-0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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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우리가 아는 동화 '빨간 망토'는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가 무서운 늑대를 만나서 죽을 뻔하거나, 혹은 죽거나 하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창극 '소녀가'는 이 동화에 대해 시선을 완전히 달리했습니다. 늑대를 만나 두려움에 떠는 소녀가 아니라 '내가 놀아줄게'라고 말하는 소녀예요."

오는 28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개막하는 국립창극단의 '신(新) 창극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소녀가'는 프랑스 구전동화 '빨간 망토'(Le Petit Chaperon rouge)를 현대적인 창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동화'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일반적인 '동화' 이야기와는 영 다르다. 여리고 수동적이고 천진난만한 소녀에 대한 편견도 깨뜨린다.

지난 1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소리꾼 이자람(39)은 "'소녀가' 속 소녀는 굉장히 자유롭게 궁금한 것을 발산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찾고, 흥미를 느끼는 것에 열과 성을 다하는 아이"라고 말했다. 이자람은 이 작품에서 연출부터 극본, 작창, 작곡, 음악감독까지 1인 5역을 맡았다.

이자람은 특히 프랑스 작가 장-자크 프디다가 원작 동화를 비튼 그림책 '빨간 망토 혹은 양철캔을 쓴 소녀'(2010)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그림책에서 소녀는 늑대를 두려워하지도, 사냥꾼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아요. 자신의 철옷을 스스로 부수고,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숲 속에서의 꽃길을 만끽하고, 늑대를 만나서 한번 놀아주는 소녀죠. 이야기를 관장하는 인물이 늑대가 아니라 소녀에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이 작품으로 창극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서요."

이자람은 과거에도 브레히트의 희곡을 창작 판소리극으로 재탄생시킨 '사천가'와 '억척가', 주요섭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단편선 '추물-살인', 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품을 판소리화한 '이방인의 노래' 등으로 그 솜씨를 인정받아왔다.

이 시대, 현대 관객의 보편적 고민을 판소리로 풀어내는 것이 그의 장기.

"그간 해왔던 작품들과 같은 연장선에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작품은 묘한 느낌이 있어요. 여태까지의 작업은 그래도 판소리에 발뒤꿈치를 붙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모노드라마 형식의 창극에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실험들을 마구 넣어보고 있어요."

이 작품 주인공으로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이소연(34)이 캐스팅됐다. 이소연은 창극단 작품뿐 아니라 뮤지컬 '아리랑', '서편제' 등을 통해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인기 배우다.

그는 소녀, 할머니, 늑대 등의 캐릭터를 소리꾼, 배우, 이야기꾼 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할 예정이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소연 역시 "일반 창극의 음악 스타일과 많이 다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복 위에 다른 재질의 코트를 걸쳐 입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고, 훨씬 세련되고 잘 어우러진 느낌이에요. 한복의 고운 색채까지 더 잘 살려낸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소리꾼 송순섭(82)의 제자들로 20대 초중반부터 알고 지냈지만 작년 국립창극단 '흥보씨'에 이어 이번 '소녀가'까지 함께 하며 서로를 깊이 알아가고 있다.

이자람은 이소연에 대해 "굉장히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자신만의 습관이나 스타일 없이 무엇이든 잘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능력치가 놀라웠어요. 또 제가 소연이의 목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그의 소리가 그려나가는 선이 참 고와요. 제게 없는 부분이거든요."

이소연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게 제게 소녀적인 감성이나 이미지가 없는 것이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소녀적인 모습과 이 작품 속 소녀의 모습, 두 가지가 다 자람 씨에게서 내비쳐질 때가 있어요."

공연은 3월 4일까지 이어진다. 이준형, 고경천, 김정민 등의 연주자들이 라이브 연주를 담당한다. 2만~3만원. ☎02-2280-4114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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