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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유가 부양' 강경노선 전환… 경제개혁 추진 영향

송고시간2018-02-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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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석유수출기구(OPEC) 내부에서 전통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 수십 년간 OPEC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일부 회원국들이 요구하는 고유가 정책에는 줄곧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고유가를 선호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OPEC이 주도하는 감산 노력에 힘입어 국제 유가가 2년 전보다 2배 높게 반등하고 과잉 재고도 거의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그러나 현재의 배럴당 60달러 선에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은 원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팔리 장관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산유국들이 약간의 공급 부족이 빚어진다고 해도 올해 내내 감산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사우디의 달라진 입장을 대변한다. 그는 당시 회견에서 "우리가 시장의 균형을 다소 무너뜨린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경한 태도는 사우디 권부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포함해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여러 방면의 압박을 반영하는 것이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수석 전략가는 이에 대해 "당신이 빈살만 왕세자이고 국가를 철저히 혁신하려 노력하고 있다면 이를 가능하게 할 특정한 가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추가로 오른다면 빈살만 왕세자가 희망하는 대로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2조 달러로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조 달러라는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세수가 확대됨으로써 정부 보조금, 사우디 경제를 지탱하는 공공 부문의 일자리 감축 속도도 늦출 수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는 것을 의식해 이미 일부 긴축 정책들을 후퇴시켰고 장기적 개혁에 대만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정부 보조금도 부활시켰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왕세자 [SPA통신=자료사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왕세자 [SPA통신=자료사진]

1차 석유 파동이 발생한 1970년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으로 치닫던 2008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사우디의 최근 입장은 아주 대조적인 셈이다.

1차 석유 파동 때 셰이크 자키 야마니 당시 사우디 석유장관은 OPEC 산유국들에 유가의 급등이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우려는 결국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유가가 치솟자 수입국들이 알래스카와 북해의 유전들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OPEC의 시장 점유율은 수년간 침체에 빠졌다.

2008년에 사우디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수출 소득 확대를 구가하던 다른 OPEC 산유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가의 랠리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유가는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OPEC 내부의 역학 관계에서는 사우디와 상반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하순에 브렌트유의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자 그동안 고유가를 앞장서 주장해왔던 이란의 석유장관이 배럴당 70달러 선이면 충분하다고 밝힌 것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오이겐 바이베르크 원자재 시장 리서치부장은 사우디가 유가 부양 전략의 성공에 대담해져 결국은 실패하고 말 유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의 반등은 이미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한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이 올해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인베르크 부장은 이로 인해 유가가 분명히 재차 하락의 길로 갈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사우디는 자신을 과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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