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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초등학교 졸업장 받는 86세 김선조 할머니

송고시간2018-02-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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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졸업식 앞둔 성인 초등학교 양원초 눈물겨운 사연 잇달아

충남 아산서 6시간 통학…암투병·학업 병행 졸업생도

양원초등학교·양원주부학교 입학식
양원초등학교·양원주부학교 입학식

지난해 3월 3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양원초등학교·양원주부학교 입학식 모습. 한 어르신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하늘나라로 가신 남편에게 편지를 쓰니 그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내가 이렇게 글을 배워 편지를 쓰는 걸 아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오는 22일 양원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김선조(86·여)씨는 20일 이런 심정을 밝혔다. 만학도를 위한 4년제 학력인정제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김 씨는 졸업 소감문의 제목을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적었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한 김씨는 다른 친구들이 가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부모님은 "남자 동생들을 가르치려면 여자아이는 학교에 보낼 여유가 없다"며 김 씨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결혼한 뒤로도 3남매를 낳아 기르느라 배움은 꿈도 꾸지 못하던 김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난 옛 친구로부터 "학교에 가자"는 말을 듣고 무작정 따라나섰다.

김씨는 "83세에도 배울 수 있을까 망설이다가 무조건 시작하기로 했다. 입학식 날 나와 같은 처지의 많은 친구가 함께 입학해 너무도 든든하고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요즘 가족과 지인들 생각이 날 때마다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쓴다. 아들과 딸, 손자, 사위, 양원초등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나면 스스로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는데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와 배움의 열정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이제는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데 벌써 졸업이다. 졸업 후에도 하늘이 부를 때까지 열심히 공부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며 오늘도 신나게 배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선조 할머니
김선조 할머니

[서울 양원초등학교 제공=연합뉴스]

양원초등학교와 만학도를 위한 학력인정 기관인 양원주부학교는 이달 2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MAC)에서 졸업식을 연다. 양원주부학교 481명과 양원초등학교 210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1953년 피란민을 위해 설립된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시작한 양원주부학교는 1983년부터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주부를 위한 학교로 운영되고 있으며 졸업생들에게 초·중학교 학력을 인정하고 있다.

양원초등학교는 2005년 개교한 국내 최초 성인 초등학교로, 학생들이 초등학교 6년 과정을 4년 만에 이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력 인정기관이다.

작년까지 양원주부학교와 양원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총 5만5천여 명에 이른다.

올해 졸업식은 최고령인 김씨뿐 아니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왕복 6시간 넘는 거리를 통학한 양명순(70·여)씨, 재학 중 유방암이 발병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항암 치료와 공부를 병행한 김영자(71·여)씨 등도 졸업장을 받을 예정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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