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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바꿨으면 정치도 바꿔야"…서울시장 도전장 던진 20대

송고시간2018-02-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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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 신지예 녹색당 후보 "문제 핵심 못 건드리는 기성 정치인이 적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녹색당 신지예 후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녹색당 신지예 후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녹색당 신지예 후보가 종로구 옥인동 녹색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cho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주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자마자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가 탄생했다.

1990년생. 만으로 27살인 신지예 녹색당 후보다.

신지예 후보는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선 30세 당 대표 예서 클라버르가 이끄는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켰고, 뉴질랜드에선 오클랜드 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23세 클로에 스워브릭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20일 종로구 옥인동 녹색당사에서 만난 신 후보는 '돌풍'을 얘기했다. 우리도 외국처럼 젊고 새로운 정치인이 나서 기성 정치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후보는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한국 정치는 바뀌지 않았으며, 내 삶의 문제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표가 무서워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바로 적폐"라고 말했다.

그는 '흔한' 20대는 아니다.

중학생 때 두발 단속에 의문을 품으면서 대다수가 가는 길에서 벗어나게 됐다. 머리 길이를 강제로 정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찾아본 중고생 두발 단속은 일제강점기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이후 생각이 비슷한 학생을 모아 두발 자유 운동을 했고,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에는 가지 않았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은 '이야기꾼의 책 공연'이라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4년간 일하며 동화책을 매개로 한 공연·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도 이윤 창출을 위해 허덕여야 한다는 한계를 느끼고 2013년엔 '오늘공작소'라는 청년단체를 차렸다. 한 달에 이틀간 일하고 3만엔(약 30만원)쯤 버는 비즈니스를 개발해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3만엔 비즈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토론하는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토론하는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녹색당 제공]

'오늘공작소' 청년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가이드를 하거나 블루투스 스피커·3D 프린터를 제작하는 등 각자의 특기를 살린 '50만원 비즈니스'를 시도했다. 1976년 지어진 마포구 낡은 주택인 '부흥주택'을 빌린 뒤 개조해 청년 작업실로 쓰는 프로젝트도 벌였다. 월세 8만∼10만원짜리 방 몇 개를 빌려 높은 월세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입주하도록 했다.

신 후보는 "아직도 연탄을 때는 부흥주택에서 일하며 복지의 손길이 최하층 어르신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주거 문제·정치 참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거대 도시 서울에 사는 사람 절반이 집이 없는데도 주거정책은 소유자를 위주로 돌아간다"며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지금까지 배제돼온 '빌려 쓰는 사람'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는 "전·월세 상한제, 표준임대료 공시제도 등 주거정책을 확 바꿀 수 있는 몇 가지 수단이 있는데도 기성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도입을 유예하고 있다"며 "강남 집값을 올린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개발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후보 공약의 핵심 문구는 '소유하지 않아도 마음 편한 서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서울'이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녹색당 제공]

신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 때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적이 있다. 지금은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당원 찬반투표에서 찬성 95.3%로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됐다.

그는 "386세대가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확립했지만, 문화로서의 민주주의는 확립하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청년, 여성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때문에 주체로 서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당에서였다면 20대 여성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선거 현수막을 붙이며 뒤에서 돕고 있었을 것"이라며 "녹색당은 추첨을 통해 선정된 당원이 대의원으로서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해 정책 방향과·예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당 안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신 후보와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자인 고은영 씨 등 녹색당 6·13 지방선거 도전자 16명 중 13명이 여성이다.

신 후보는 앞으로 거리에서 만나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고 이들의 목소리를 '화끈하게' 내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을 위해 필요한 기탁금 2천만 원(서울시장·제주도시자 예비후보 등록에 각각 1천만원)을 모으는 데 1천명 이상이 참여했다. 당원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며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27달러 캠페인으로 기금을 마련한 것처럼 '보통사람'의 도움을 받아 선거를 뚫어 보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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