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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대표도 '이윤택 성폭력' 조력자 논란

송고시간2018-02-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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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 연극공동체'로 불리던 연희단거리패의 몰락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의 숙소가 있었던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의 숙소가 있었던 밀양연극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연출뿐 아니라 그가 이끌었던 연희단거리패 일부 단원들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6년 이 연출이 부산에서 창단한 연희단거리패는 일반적인 극단과는 달리 단원들이 함께 숙소에서 먹고 자며 연기를 공부하고 생활 역시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는 '연극공동체'를 표방했다.

집단생활을 통해 단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가족처럼 생활하는 이같은 작업방식은 '이상적인' 연극공동체로 평가받으며 연희단거리패가 그동안 호평받는 작품을 내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희단거리패 전·현직 단원들은 연기 외에도 노동까지 해야 하는 고된 생활이었지만 연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에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집단생활을 통해 끈끈하게 형성된 공동체 의식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력을 이용해 이윤택 연출이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알면서도 공동운명체를 강조하다 보니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라는 집단, 연극이라는 가치 앞에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사태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김소희 대표를 비롯한 연희단거리패 일부 단원들도 이윤택 연출의 행동을 알면서도 방관하거나 심지어 조력했다는 주장이 나와 성폭력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이윤택의 페르소나'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이윤택 연출과 함께 연희단거리패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김소희 대표 역시 방관을 넘어서 이윤택 연출의 성폭력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김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에 대해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으며 다른 단원들에게 이윤택 연출의 안마 요구를 '싫으면 거부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이 연출의 방에 들어가 안마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연희단거리패 단원이었던 홍선주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안마를 조력자처럼 시키고 후배들을 초이스(선택)하는 역할을 했었다"며 "안마를 거부했더니 쟁반으로 가슴팍을 밀치고 치면서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이냐. 빨리 들어가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홍선주씨는 익명으로 방송 인터뷰에 응했으나 김 대표의 부인 이후 본인의 실명을 공개하고 김 대표를 비난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으나 홍씨가 본인의 이름을 공개한 이후 "당시 상처를 준 사실이 미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피해자 B씨 역시 방송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자기는 몰랐다'지만 아니다"라면서 "그분(김 대표)이 직접 방으로 들여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소셜미디어에 이윤택 연출 관련 글을 올린 피해자를 만나 사건을 무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이윤택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이 사전 예행연습에 따라 이뤄졌다고 폭로한 오동식 배우는 "1년 전 C씨가 이윤택을 고발한 SNS글을 올렸던 사건이 있었다"면서 "그때도 극단 대표는 C 씨를 만나 원만한 타협과 권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동식 배우는 또 다른 연희단거리패 단원 한 명이 인간문화재 하용부씨의 성폭행 의혹에 관여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이뤄졌던 안마 외에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행태를 보고도 방관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연희단거리패 단원으로 약 2년 정도 생활했고 2010년 극단에서 나왔다는 배우 D씨는 공연에서 전신을 노출하라는 이윤택 연출의 지시를 거부했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이윤택 연출이 남자 배우를 불렀고 그 배우가 있는 자리에서 강제로 옷 벗김을 당했는데도 해당 배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김보리(가명)씨는 "저에게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어 안마를 지시하던 선배, 강압적으로 유사 성행위를 하는 악마를 보고도 말없이 운전만 하던 선배, 아닌 줄 알면서도 조금 더 힘이 있던 선배들이 후배들을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로 인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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