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국가주석직' 시진핑 장기집권 개헌으로 힘 실린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으로 이름뿐인 직위였던 국가주석직에 실질적인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6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주석직은 1954년 제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제정된 헌법 27조를 근거로 설치됐으며, 국가주석과 부주석 모두 전인대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했다.

당시 국가주석직은 임기 4년으로, 국무원 총리를 지명하고 최고 국무회의를 소집해 주재할 수 있었다. 나아가 국방위원회 주석을 맡아 군을 통솔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 직위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54년부터 1959년까지 초대 국가주석직을 맡은 후 연임하지 않았으나, 공산당 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계속 맡았다.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류사오치(劉少奇)가 1965년까지 국가주석직을 맡았으나, 1968년 문화대학명이 발발하면서 실각했다.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유명무실하게 됐고, 1975년 개헌으로 국가주석직 자체가 폐지됐다.

1982년 개헌으로 국가주석직이 부활했으나, 리셴녠(李先念·1983∼1988년 재임), 양상쿤(楊尙昆·1988∼1993년) 등이 맡아 상징적인 국가원수 자리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행정임명권은 당 총서기가, 군 통수권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행사했다. 국가주석은 이 두 직위를 겸해야만 진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며, 이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시 주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할 개헌이 추진되면서 국가주석직에 실질적인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날 당 중앙위원회는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헌법은 국가주석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하고, 3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중앙당교 기관지 부편집장 출신인 덩위원(鄧聿文)은 시 주석이 장기집권의 수단으로 국가주석직 임기 연장을 택한 것에 비춰볼 때 앞으로 국가주석직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덩 연구원은 "시 주석의 임기 2기 5년 동안 국가주석직에는 더욱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질 것이며, 이를 위한 개헌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과, 국가부주석직이 예상되는 왕치산은 더욱 공고한 권력 기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물러났으나, 다음 달 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직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학자 류자오지아는 "최근 수년 새 시 주석이 수차례 국가주석 신분으로 외국을 방문하고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등 국가주석직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며 국가주석직이 '이름뿐인' 직위에서 '실질적인' 직위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ss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8/02/26 12: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