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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EU 관세동맹 잔류 입장 공식화…집권 보수당 압박

송고시간2018-02-2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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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 노동당 대표 "관세동맹 남되 단일시장은 떠날 것"

둘다 배제한 보수당과 차별화…의회 표결서 결정날 듯

브렉시트 관련 입장을 밝히는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EPA=연합뉴스]
브렉시트 관련 입장을 밝히는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EPA=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야당인 노동당이 브렉시트(Brexit) 협상과 관련해 관세동맹 잔류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일시장은 물론 관세동맹 잔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집권 보수당 정부와 상반된 입장인 만큼 결국 의회 표결을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 전략이 결정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전 코벤트리 대학에서 가진 회견을 통해 브렉시트 관련 노동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코빈 대표는 EU 관세동맹 잔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노동당은 유럽과의 교역에서 관세를 없애고, 북아일랜드 국경에서의 '하드 보더(hard border)'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새롭고 포괄적인 영국-EU 관세동맹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후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 등 다른 영국 지역과 마찬가지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떠나게 된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간에 과거 내전 시절과 같이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는 '하드 보더'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코빈 대표는 다만 테리사 메이 총리와 마찬가지로 EU 단일시장 잔류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단일시장을 벗어나야만 유럽으로부터의 무제한적인 이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37명의 하원의원을 포함한 80여명의 노동당원들은 영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EU 회원국들과 마찰없는 무역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세동맹 잔류에서 나아가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빈 대표는 2년 정도로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동안에는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잔류를 통해 현재의 규정을 따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에서 코빈 대표는 노동당은 영국의 일자리와 권리, 삶의 기준에 해를 미치는 어떠한 협상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정당 의원들에게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념 이전에 국민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모든 정당의 의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벤트리 대학에서 브렉시트 관련 입장을 밝히는 코빈 노동당 대표 [AFP=연합뉴스]
코벤트리 대학에서 브렉시트 관련 입장을 밝히는 코빈 노동당 대표 [AFP=연합뉴스]

총리실의 관계자는 이날 코빈 대표 연설 후 "정부는 관세동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만의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세동맹이 아닌 새로운 '관세 파트너십(customs partnership)', 또는 '아주 능률적인 관세 협정(highly streamlined customs arrangement)'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당의 입장 발표로 브렉시트 협상 전략 관련 집권 보수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지는 모습이다.

관세동맹에 남으면 관세장벽을 피하고 북아일랜드의 '하드 보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다른 나라와의 자유로운 무역협정 체결이 어려워진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지지자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영국독립당(UKIP)은 이날 코빈 대표의 연설에 대해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를 떠나기를 결정한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리암 폭스 국제무역부 장관 역시 "수백만명의 노동당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당의 친 EU 성향 의원들이 관세동맹 잔류 등을 골자로 하는 무역법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이같은 대립은 의회 표결을 통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결 전망은 엇갈린다.

다수당인 보수당이 의석수가 13석 더 많지만 보수당 내 10∼15명의 의원들은 관세동맹 잔류 등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다.

반면 노동당 내에도 하드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의원들이 일부 있는 만큼 표결에 들어갈 경우 어느 쪽이 승리할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현지 분석이다.

표결에서 패배할 경우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코빈 대표의 연설에 이어 메이 총리는 오는 금요일 브렉시트 이후 EU와의 관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메이 총리는 목요일 내각 특별회의를 여는데 이어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계가 브렉시트 전략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자 EU 내에서는 10월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영국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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