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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의왕 철도박물관

송고시간2018-04-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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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돋우는 철도의 보고(寶庫)

의왕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사진/임귀주 기자]

의왕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사진/임귀주 기자]

(의왕=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경기도 의왕에 있는 철도박물관은 우리나라 철도 12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증기기관차부터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까지 철도의 발자취를 좇으며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또 철도 관련 전기·신호·통신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

경기도 의왕은 철도의 도시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왕역에는 철도산업홍보관이 자리하고, 역 앞에는 철도특구를 상징하는 의왕레일타워가 있다. 한국교통대학교(옛 한국철도대학)와 레일파크가 있고, 봄에는 철도축제가 열린다. 특히 의왕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철도박물관은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엿보고 실물이나 모형 기차, 철도 관련 유물을 만날 수 있는 철도특구의 중심 공간이다.

경인선 철도 부설 기공식 사진이 걸려 있는 중앙홀

경인선 철도 부설 기공식 사진이 걸려 있는 중앙홀

박물관 중앙홀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둥그런 물체가 매달려 있다. 1999년 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기념조형물이다. 지구 둘레를 선로가 잇는 모양의 조형물에는 과거를 상징하는 증기기관차, 100주년 당시 현재를 상징하던 새마을호, 미래를 상징한 KTX 고속차량이 달려 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KTX는 이미 전국 곳곳을 잇고 있다.

중앙홀 정면에는 벽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1897년 3월 22일 우각동역터(지금 인천 도원역 부근)에서 진행된 한국 최초 철도인 경인선 철도 부설 기공식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철도부설권을 획득한 미국인 상인 제임스 모스를 비롯한 자본가와 하얀 옷에 흰 갓을 쓴 조선인이 함께 등장한다.

조명민 코레일 인재개발원 교수는 "이 사진 속에는 부국강병을 위해 경인철도 건설을 추진한 고종의 마음, 돈과 기술이 없어 강대국으로 넘어간 철도부설권, 민비(명성황후) 상중(喪中)에 흰옷을 입은 조선인 등 격동과 혼란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기차 모형이 전시된 철도역사실

기차 모형이 전시된 철도역사실

◇ 우리나라 철도 발자취를 좇다

철도박물관은 2층 건물로 1층은 철도역사실, 철도차량실, 철도모형 디오라마실을 갖췄다. 2층은 전기·신호·통신실, 시설·보선실, 운수·운전실, KTX실로 구성돼 있다.

철도역사실에 들어서면 우선 한국철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1899년 최초의 철도 개통부터 최근까지 철도 발전의 주요 역사와 사건을 연도별로 보여준다. 맞은편에는 경인선, 경부선, 호남선 등 노선별 정보와 복선, 전철화 등 발전 과정이 정리돼 있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선 후기의 교통수단'을 주제로 가마, 말, 초헌(종2품 이상 관리가 타고 다니던 수레) 등이 사진·모형과 함께 설명돼 있다. 1909년 순종황제가 열차를 이용해 지방을 순행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한쪽에는 모갈탱크형 증기기관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이 기관차는 우리나라 철도 최초로 운행한 증기기관차로 최고속도는 시속 55㎞였다. 목재 객차 1등 칸에는 외국인, 2등 칸에는 내국인 남자, 3등 칸에는 내국인 여자가 이용했다고 한다.

다음 공간부터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반부는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을 설명하는 공간이다.

'경인선 전시실'에서는 경인선 철도 개통 당시 사진, 모갈형 증기기관차와 객차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조선 정부가 제임스 모스에게 부여한 경인 철도부설권 사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설권은 공사 완료 1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일본에 팔려 결국 경인선은 일본에 의해 완성됐다. 경인선 이용 광고문이 인쇄된 독립신문도 흥미롭다. 당시 철도운임이 비싸 승객이 없자 "속도가 빨라 시간을 절약하고, 기차 안에서 대소변을 볼 수 있으며, 의자에 앉아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며 경인선을 광고하고 있다. 한쪽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레일인 경인선 철도의 실물 레일(등록문화재 424호)이 전시돼 있다.

'경부·경의선 전시실'에는 고종이 1899년 궁내부 내장원에 서북 철도국을 설치해 철도 건설을 담당하게 한 사실이 설명돼 있고, 대한제국 때 사용한 통표(선로가 하나인 구간에서 사고 방지를 위해 기관사에게 주던 운전허가증) 5종(등록문화재 제423호)이 전시돼 있다.

'경부선 전시실'에서는 1905년 경부선 개통식 사진, 경부철도 건설 공구의 약도, 열차 운행표 등을 볼 수 있다. 2층에 호텔이 들어선 100년 전 부산역의 모형도 있다. 경부선 개통 이후 철도 파괴 음모를 꾸몄다며 무고한 우리 국민 3명을 공개 처형하는 일본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볼 수 있다. 용산역 전철수로 근무하다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 김구 주석을 만나고 이후 일본에서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독립운동가 이봉창 의사에 관한 부분도 흥미롭다.

'6·25동란과 철도 전시실'에서는 경의선 장단에서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파손된 기관차의 녹슨 사진, 기관차 주변에서 수집한 기관차 부품, 피란민 사진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전쟁 물자와 군인, 피란민을 실어나르는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철도인 287명과 미 제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 사망한 고 김재현 기관사 등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전시물도 볼 수 있다.

철도차량실에서는 각종 기관차 모형과 실제 차량 부품을 통해 기차의 작동원리와 변천 과정을 접할 수 있다. 수도권 전기동차, 고속유선형 새마을호 열차, 구 새마을호 열차, 전후동력 새마을호 열차의 모형이 전시돼 철도차량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하고 비둘기호, 통일호, 새마을호 등의 객차 모습을 사진과 모형으로 보여준다. 증기로 터빈을 돌려 힘을 얻는 증기기관차의 작동원리도 배울 수 있다.

1층 마지막 공간은 방문객이 가장 좋아하는 철도모형 디오라마실. 정교하게 제작한 증기기관차,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수도권 전동열차, KTX가 고층빌딩 즐비한 서울 도심 사이를 달리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른 아침 차량기지를 출발한 기차들이 야경 화려한 새벽까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산역 전철수로 일했던 이봉창 의사 관련 전시물

용산역 전철수로 일했던 이봉창 의사 관련 전시물

◇ 철도 과학·기술이 펼쳐지다

2층 첫 번째 공간은 전기·신호·통신실이다. 1층에 비해서는 조금 전문적이어서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가장 먼저 실물 철도 신호기가 눈에 들어온다. 버튼을 누르면 정지, 주의, 진행, 유도 등의 신호가 빨강, 노랑, 초록 등의 빛으로 표시된다. 건널목 경보장치를 직접 작동해 볼 수도 있다. 바로 옆에서는 통표, 갈림길에서 철길 변경 방향을 알려주는 전철단동기와 신호기, 현재의 전자식 신호까지 철도 신호 체계의 변천사를 설명한다. 영국 스톡턴~달링톤 구간을 달린 세계 최초의 열차는 시속 16㎞에 불과해 말을 탄 기마수가 열차보다 앞서 달리며 선로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기관사에게 알렸다는 기마수 신호방식이 눈길을 끈다.

다음 공간에는 1905년에 사용하던 쌍신폐색기(복선 선로에서 상행선이나 하행선 선로에 1개 열차만 운행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등록문화재 제425호)와 1906년 용산역과 노량진역 사이 연락을 위해 사용한 벽걸이 자석식전화기, 1930년대 통신선로설계표준도, 철도전화회선계통도 문서, 자석식전화기 등이 전시돼 있어 통신의 발전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7년 제작된 자석식교환기의 실물도 볼 수 있다.

보선(시설·건축)실은 선로보수, 철도 건설, 건축 등을 주제로 하는 공간이다. 실물 레일, 선로보수 관련 도구와 장비를 볼 수 있다. 철도 건설 역사 관련 공간에는 2000년 9월 18일 경의선 철도 연결 기공식 때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라고 쓴 침목과 2002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친필 사인한 침목 등도 전시돼 있다. 철도건축의 변천 관련 공간에서는 경인선 최초의 제물포역사를 비롯해 경부선 최초의 초량역사, 1925년 서울역사(구 경성역) 등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운수·운전실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역장, 기관사, 여승무원의 유니폼, 조그만 사각형 종이승차권을 만들던 1940년대 철도승차권 인쇄기와 절단기가 전시돼 있다. 한국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전국 130개 기차역의 기념스탬프로 구성한 액자, 세계 철도 우표와 북한 우표, 기차가 인쇄된 담뱃갑, 열차시각표 책자 등도 볼 수 있다. 해방 이전부터 현재까지 사용하던 다양한 모양의 철도승차권은 추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마지막 전시공간은 '기차 VR(가상현실) 체험' 공간. 이곳에서는 KTX-산천, 대통령 전용열차, 대통령 전용객차와 주한 유엔군 사령관 전용객차 등 3개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가상체험을 할 수 있다.

철도 승차권 운반함

철도 승차권 운반함

◇ 실물 기차 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

박물관 야외에는 실물 열차들이 전시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검정의 육중한 증기기관차.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파시형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417호)이다. '파시'는 증기기관차 앞에 붙인 이름표로 영어 'Pacific'(퍼시픽)에서 따온 것이다. 1942년 일본에서 제작하고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에서 조립한 것으로 1967년 디젤기관차가 등장할 때까지 운행했다고 한다. 화물 운반용으로 주로 경의선에서 운행한 미카형 증기기관차도 있다. '미카'는 황제를 뜻하는 일본어 '미카도'(みかど)에서 따온 말이다. 1940년 일본에서 제작된 이 열차는 1981년 동해남부선에서 관광열차로 운행하기도 했다.

협궤선용 화물열차와 선로보수에 사용한 멀티플 타이 탬퍼, 수도권 전철 1호선에서 사용하던 수도권 전동차, 1950년대 주한 유엔군과 미 8군 사령관 전용객차로 운행하다 1966년에는 미국 존슨 대통령 방한 때 투입된 객차 등도 볼 수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때까지 사용한 대통령 전용객차도 전시돼 있다. 객차 정면에는 봉황과 무궁화가 그려진 철판이 달려 있고, 실내에는 회의실, 침실, 경호실, 화장실, 주방 등이 갖춰져 있다. 2001년까지 운행한 대통령 특별 동차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관 한쪽에는 열차, 전철, 화물열차가 끊임없이 선로를 달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의왕레일바이크가 있다. 왕송호수 둘레 4.3㎞를 달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호수열차다. 코스에는 꽃터널, 팝업뮤지엄, 럭키존, 포토존, 스피드존, 미스트존 등 즐길 거리가 수두룩하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40~50분 걸린다.

◇ 방문 정보

>> 관람 시간 = 09:00~18:00(동절기 17시까지)

>> 휴관 =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 날, 1월 1일, 설·추석 연휴

>> 관람료 = 성인 2천원, 18세 이하 1천원 ☎ 031-461-3610

1940년 제작된 미카형 증기기관차

1940년 제작된 미카형 증기기관차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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