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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헤이즈의 오싹한 일침, '미안해'

송고시간2018-03-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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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헤이즈의 오싹한 일침, '미안해' - 1

(서울=연합뉴스) 송영인 PD = 원치 않는 지적을 받았을 때 특히나 그 지적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을 때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연예인의 경우 자신을 둘러싼 억측과 오해, 원치 않는 평가에 대해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내뱉을 수 없다. 반론 대신 침묵을 선택한 연예인들은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그 상황들을 버틴다.

지난 8일 공개된 헤이즈의 새 앨범 '바람'의 마지막 트랙 '미안해'는 이런 상황을 반어적 표현으로 꼬집는 듯 들린다.

"아파서 미안해 / 슬퍼서 미안해 / 감정을 느낄 수 있는 / 사람이어서 / 약해빠진 나여서 / 정말 너무 미안해."

제목도 '미안해'이고 가사 속에서도 '미안해'라는 말이 수십 번 나오지만, 뮤직비디오 속 헤이즈의 표정은 무언가를 반성한다기보다는 하지 못한 말을 품은 듯 처연하다.

현실 속의 헤이즈와 교차 편집되며 등장하는 로봇 헤이즈의 모습도 파격적이다. '헤이즈'라는 코드가 붙어있는 로봇의 뼈대에 살가죽이 덧대지고 어깨와 가슴, 팔까지 완성된 로봇 헤이즈는 전시관에 진열된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신기하다는 듯 로봇을 촬영한다.

잠시 뒤 로봇에 불이 붙게 되는데 로봇은 돌발상황에 목을 격하게 움직이지만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특종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처럼 촬영에 더 집중하고 로봇의 안전 따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네가 뭘 알어 / 내가 느끼는 고통의 / 1/10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 / 아, 맞다 이런 말도 하면 안 되는데 / 미안해"

[리뷰] 헤이즈의 오싹한 일침, '미안해' (Heize, MIANHAE, Sorry) [통통TV]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rqq_eM-j68I

사람들이 자신을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기계'이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는 듯 헤이즈는 뮤직비디오에 로봇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로봇이 될 수 없는 자신을 드러내며 대중의 그 기대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뮤직비디오 후반부 헤이즈는 결국 눈물을 떨군다.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와 당연히 주어지는 사람의 권리,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했을 그만의 감정이 읽히는 의미 있는 신이다.

헤이즈는 '미안해'가 타이틀곡이 아님에도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늦은 지난 12일 정오 뮤직비디오를 깜짝 공개했다. 그만큼 '미안해' 뮤직비디오가 타이틀곡과는 별개로 주목받길 원했을 것.

비록 차트 성적은 더블 타이틀곡 '젠가'와 '내가 더 나빠'보다 떨어지지만 '미안해'라는 곡 속에 담긴 헤이즈의 일침은 어떤 연예인의 심경 글보다도 강렬하게 또 오싹하게 뇌리에 남는다.

syip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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