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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결혼식 축의금, 한 달에 100만원도 나가죠"

송고시간2018-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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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5만 원은 기본, 친한 사이라면 10만원.

[디지털스토리] "결혼식 축의금, 한 달에 100만원도 나가죠" - 1

3년 전 결혼한 한 모(35) 씨는 결혼식을 전후로 인간 관계가 정리된다고 믿는다.

한 씨는 "먼저 청첩장을 줄 때 애매한 관계의 사람을 '1차'로 거르고,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들을 엄선한다"며 "그 중에서 다시 결혼식 당일에 참석했느냐, 못했더라도 성의 표시(축의금)는 했느냐 등으로 다시 걸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축의금 액수로 사람 사이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액수가 중요하긴 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서 모(30) 씨는 최근에 받은 청첩장만 서너 개가 넘는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매달 50만원씩 축의금으로 지출했다. 많게는 30만원씩 냈고 기본으로 5만원은 냈다. 아직 미혼인 서 씨는 "축의금이란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주는 것이 맞다"면서도 "(한 달 월급이 200만원이 조금 넘는 처지인데)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결혼의 계절이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시기다. 바로 축의금을 둘러싼 얘기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직장인은 경조사 지출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신혼 부부 역시 이에 대한 문제를 체감하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경조사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변화와 함께 부담스러운 예식 비용을 줄이고 간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 한 달에 100만원까지도...결혼 시즌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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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으로 한 달에 100만원 넘게 지출한 적도 있어요. 친한 친구가 결혼하면 50만원까지 내기도 하니까요.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부담이 되는 금액이죠."

5년 전 백년가약을 맺은 류 모(35) 씨는 "나 역시 결혼할 때 많이 받았고, 나중에 다른 경조사가 생기면 돌려받을 것 아니냐"며 "결혼식은 웬만하면 참석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월 평균 경조사비는 12만9천원으로 나타났다. 20대가 12만1천 원으로 가장 적고, 40대가 15만1천으로 가장 많았다.

1회당 경조사비 지출 금액은 5만~10만 원이 53.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10만~15만원(17.0%), 5만원 미만(12.0%), 15만~20만원(7.2%) 순이었다.

적정 액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직장인 김 모 씨(34)는 "5만원이 딱이다"라고 말한다. 김 씨는 "보통 예식이 요즘처럼 집중적으로 몰리는데, 전부 다 내려면 액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과도하게 보내면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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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종건(35) 씨는 "결혼식 축의금의 적정액은 단순히 숫자로 판단할 수 없다"며 "그 사람의 행실이 평소에 어땠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씨는 "가령 내 경조사에 와서 생각보다 적은 액수를 냈다고 했을 때, 평소에 씀씀이가 인색한 친구라면 '원래 저런 사람이겠거니' 하고 무시하는 마음이 든다"며 "반면에 평소에 잘 베풀고 많이 도움을 줬던 사람이라면 '요즘 사정이 많이 안 좋구나'하면서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오 듀오웨드 홍보팀장은 "5만원권이 생기기 전까지는 축의금 액수가 다양한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5만원, 10만원, 15만원 등 5만원 단위로 결정되는 경향이 대세다"라고 말했다.

◇ 한 끼 4만~5만원인데...이 보다 덜 받으면 손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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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부부들은 "참석 자체는 감사한 일이지만 소액의 경조사비를 내거나 지인들을 동행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한다. 결혼식장 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 식을 올린 신재연 씨 역시 "나는 먼 길 힘들게 가서 축의금도 두둑하게 냈는데, 정작 내 결혼식 때에는 안 낸 걸 알면 당연히 서운하다. 아예 안 보는 경우도 생긴다"며 "축의금은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일종의 부채 개념도 강하다"라고 말했다.

오미화 듀오웨드 본부장은 "어느새 축의금 기본 액수가 5만원으로 자리잡은 것은 예식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본부장은 "서울 외곽에 있는 저렴한 예식장의 경우 비수기라 할지라도 1끼당 3만원 정도"라며 "요즘 같은 성수기의 경우, 소위 골든타임(정오~오후 2시)에 예식을 잡는다면 1명당 4만~5만원이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축의금을 그 아래로 내면 신랑 신부 입장에서는 손해"라며 "호텔에서 할 경우에는 10만~15만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5만원 내면 그야말로 민폐"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13일 기준으로 서울의 한 유명 호텔에서 책정한 결혼식 식사 메뉴표에 따르면 가장 저렴한 금액이 5만6천원이다. 가장 비싼 세트 메뉴의 경우 12만원에 달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위한 작은 결혼식 국민 인식 및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식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300만~600만원이 40.7%로 가장 많았다. 900만원 이상도 12.1%나 됐다.

1인당 식사 비용은 2만~3만원이 38.6%로 가장 많았고, 3만~4만원이 19.2%, 4만~5만원이 6.9%로 나타났다.

◇ 과도한 결혼 비용, 웨딩드레스 입기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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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은 결혼까지 미루게 한다. 설문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로 '증가하는 결혼 비용'이 62%로 가장 많았다. '늦어지는 취업'(56.8%)이나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없어져서'(52.8%)보다도 많은 비율(복수응답)이다.

결혼을 고려하는 과정 중 겪는 어려움 역시 '결혼 비용 부담'이 23.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주택 자금 마련과 비슷한 비율이다.

예비 신혼 부부 셋 중 하나는 결혼 비용(주택 자금 제외) 부담 때문에 실제로 결혼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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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모 씨(36)는 2년 이상 사귄 여자친구에게 청혼까지 했지만 결혼 날짜를 무기한으로 미뤘다. 돈 때문이다. 박 씨는 "신혼집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인천 외곽 쪽에 전세로 얻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들어가는 돈이 문제였다"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예식 비용을 감당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저축을 더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웨드가 최근 발표한 '2018 결혼 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 부부의 평균 결혼 자금은 2억3천85만원으로 나타났다. 신혼집 마련에 드는 1억6천791만원을 제외하고도 6천300만원에 육박한다.

◇ 실속 다지는 결혼 문화 정착해야

출처=아이클릭아트

출처=아이클릭아트

청춘들도 이런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성인남녀 중 75.8%는 지금의 결혼 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제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은 '형편에 맞지 않는 과다한 혼수'가 44.8%로 나타났다. '남만큼 결혼식을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식'이 17.2%, '양가 부모님의 지나친 관여'가 11.8%, '틀에 박힌 결혼식'이 11.3%로 그 뒤를 이었다.

출처=아이클릭아트

출처=아이클릭아트

최근 들어 작은 결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91.7%가 작은 결혼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작은 결혼식의 중요한 요소로 '경제적 부담을 줄인 비용절감 결혼식'이라는 대답이 25.5%로 가장 많았고, 예물이나 예물 간소화, 결혼 당사자 중심의 결혼식 등이 뒤를 이었다.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오미화 듀오웨드 본부장은 "소규모 하우스 웨딩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라며 "100명 안팎 규모의 직계 가족 위주로 초대해 부조를 받지 않고 오히려 차비 명목으로 5만원 정도 돌려주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배 모(34) 씨는 평소 축의금은 안 주고 안 받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스몰 웨딩도 검토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배 씨는 "결혼은 신랑과 신부가 하지만 둘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배 씨는 "결혼 당사자보다는 양쪽 집안 어른 의견이 더 중요하다"며 "설령 내 부모님까지 설득시켰다 하더라도 처가의 입장도 있지 않느냐"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경조사비 문화는 형편이 어려운 시절에 상호 부조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며 "결혼과 장례에 드는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런 행사의 겉치레를 줄일 수 있다면 상호부조의 경제적 유인이 낮아질 것이고 결국 과도한 경조사비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령 모은 경조사비를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면 누가 얼마를 냈는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받는 사람은 금액을 기록할 필요도 없고, 내는 사람은 적절한 액수를 지출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고비용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작은 결혼식에 동참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택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제도적으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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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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