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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냐 관료냐' 더 꼬인 차기 금감원장 인선 방정식

송고시간2018-04-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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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료 출신 최흥식·김기식 과거 경력에 모두 낙마

文정부, 개혁 더딘 관료에 반감…당분간 공석으로 갈 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기식 금감원장
김기식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보름 만에 낙마하면서 차기 금감원장을 둘러싼 인선 방정식이 더 꼬이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희망하는 강력한 개혁을 위해선 비관료 출신 외부인사의 수혈이 불가피하지만 외부인사들이 과거 경력 때문에 줄줄이 낙마하면서 금융 개혁을 되레 방해하는 형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금감원 역사상 비관료 출신 원장 2명 모두 조기 강판

최근 한 달 사이 낙마한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원장의 공통점은 비관료 출신 경력으로 금감원장이 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래 입성한 원장 10명은 모두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료 출신이었다. 금융감독이라는 영역을 금융정책의 집행으로 보는 기조가 주류를 이뤄왔던 만큼 금감원의 수장도 관료 출신이 맡는 것이 옳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장을 지내고 재정경제부 장관이나 경제부총리로 영전한 이헌재·윤증현 등의 사례를 봐도 금감원장이라는 자리와 공직과 연관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민간 경력이 주류인 인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최흥식 전 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9월이다. 최 전 원장은 조세재정연구원과 금융연구원, 연세대학교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거쳐 금감원장이 됐다.

17일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원장은 시민단체와 국회라는 배경으로 금감원장이 됐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 명이었고 이후 사무국장과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 보직을 역임하면서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외부감시 기능을 수행했다. 그는 이런 경력을 기반으로 2012년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정무위를 배정받은 김 원장은 시민단체 경력에 걸맞게 '저격수'나 '저승사자' 등 별명으로 불렸다. 금융회사나 금융당국자들을 날카롭게 몰아붙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감독에 익숙한 관료 출신을 제쳐놓고 이들을 선택한 것은 금융 분야에서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이 성장해온 기존의 프레임으로는 금융 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
최흥식 전 금감원장

◇ 최흥식·김기식 모두 과거 경력에 발목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선임된 2명의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한 달간 2명이나 낙마한 것이다.

낙마 배경을 들여다보면 금감원장으로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앞선 경력이 문제가 됐다.

비관료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선임했더니 비관료 출신 경력 때문에 낙마하는 사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전임 최 원장의 낙마는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설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 한 것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갈등한 것이 5년간 하나금융에 숨겨져 있던 최 원장의 인사 비위 의혹을 끄집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장도 19대 국회의원 시절 행적이 발목을 잡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회비를 낸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봤다.

김 원장이 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에서 5천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의혹이 출발점이었던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선 명확한 판단이 제시되지 않았다.

◇ 차기 인선 다소 시간 걸릴 듯

최 전 원장과 김 원장의 사퇴 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이 13일 내놓은 '김기식 금감원장 인사 논란 관련 입장'의 배경이 이해된다.

문 대통령은 해당 분야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설명했다.

비관료 출신을 원하지만 모험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9~13일 전국 성인 2천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이를 김 원장 사태 여파로 봤다.

이런 측면에서 차기 금감원장 인선은 다소 시간을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다시 비관료 출신을 선임했다가 역풍을 맞을 경우 6월 지방선거 등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스럽고 그렇다고 급하게 관료 출신을 임명할 필요도 없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 후보군으로는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과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된다.

관료 출신은 김주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행정고시 25회),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27회),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상 28회), 유광열(29회)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30회)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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