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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난민 76명 태우고 좌초한 쪽배…말레이 대신 인니 도착

송고시간2018-04-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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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0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비루에우엔 리젠시(군·郡) 해안에서 좌초된 채 발견된 로힝야족 난민선. [AP=연합뉴스]

2018년 4월 20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비루에우엔 리젠시(군·郡) 해안에서 좌초된 채 발견된 로힝야족 난민선. [AP=연합뉴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 76명을 태운 채 안다만 해로 나섰던 쪽배가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구조됐다.

22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께 인도네시아 아체 주 비루에우엔 리젠시(군·郡) 해안에 좌초된 로힝야족 난민선이 현지 어민들에게 발견됐다.

해당 선박에는 남성 43명과 여성 25명, 어린이 8명 등 76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타고 있었다.

현지 구호당국은 이들 중 상당수가 탈수와 탈진 증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달 12일 미얀마 라카인 주의 주도 시트웨에서 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150달러(약 16만원)를 주고 난민선에 탔다는 난민 파리크 무하마드는 "우리는 미얀마에서 떠날 것을 강요받았다. 미얀마에선 한 곳에 머물수도 일자리를 구할수도 없고 신분증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들은 목적지인 말레이시아가 아닌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상당히 난감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파리크는 "태국 해군이 배를 가로막고 인도네시아로 향하도록 유도했다"면서 "우리는 배를 에스코트해 준다고만 생각했다가 나중에야 이를 알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는 인도네시아보다 말레이시아가 상대적으로 선진국인데다, 내달 차기 총선을 앞두고 있어 무슬림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로힝야족 난민에게 더 나은 처우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2018년 4월 20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비루에우엔 리젠시 해안에 좌초된 난민선에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들이 인근 보호시설로 옮겨져 수용돼 있다. [EPA=연합뉴스]

2018년 4월 20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비루에우엔 리젠시 해안에 좌초된 난민선에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들이 인근 보호시설로 옮겨져 수용돼 있다. [EPA=연합뉴스]

로힝야족 난민선은 최근 수년간 사라졌다가 이달 들어 갑작스레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구조된 선박을 포함해 현재까지 확인된 난민선은 세 척으로 두 척은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한 척은 말레이시아에서 구조됐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2012년에도 불교도와의 대규모 유혈충돌이 벌어지자 목숨을 건 해상탈출을 감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2만5천명이 넘는 난민이 바다를 건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으로 도피했으며, 이 과정에서 배가 전복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난민선은 태국이 해상단속을 강화하면서 사라졌지만, 작년 8월부터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야족 반군 토벌이 인종청소로 변질해 70만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하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마저 로힝야족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을 들어 희망을 잃은 난민들의 해상탈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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