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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성 평등 의식 자리 잡아야 성범죄 줄일 수 있다

송고시간2018-05-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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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19일 오후 여성 1만2천여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홍익대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자여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경한 수사를 한다"며 이를 규탄하는 여성들이 벌인 시위이다. 국내에서 여성 주도의 시위 사상 최대 규모이다. 앞서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집회에 2천500명, 지난 3월 미투 집회에는 2천 명이 모였다.

사건의 발단은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실기 수업 도중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오고 이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댓글이 달리자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가 동료였던 여성모델을 구속한 일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여성이 피해자인 대부분의 몰카 사건에서 남성 피의자들에게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편파적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경찰에서는 최근 중대한 몰카 범죄의 경우 성별 구분 없이 구속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성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붙잡힌 몰카 피의자는 총 1천288명이나 된다. 이 중 남성이 1천231명이고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으며 여성 중 구속된 사람은 홍대 몰카 사건의 피의자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성들이 이처럼 행동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쌓인 실망과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몰카 피의자는 5천437명, 2016년에는 4천491명이었다. 대부분이 남성이다. 피의자 상당수에 선처가 이어졌고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의 주장이다.

사실 이렇게 피의자가 붙잡힌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이나 탈의실,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서 일상적으로 몰카의 공포에 시달린다. 몰카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성이 피해자였던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는 총 3만270건으로, 전년도보다 10%가량 늘어났다. 최근 법무부 성희롱ㆍ성범죄대책위원회가 법무부 및 산하기관과 검찰에 근무하는 여성직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61.6%가 성희롱, 성범죄 등을 당했다고 답했다. 국가 기관이 이 정도니 소규모 민간 부문에서 성희롱이나 범죄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여성이 범죄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몰카 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고 지적하고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중대 위법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성차별 의식을 뿌리 뽑는 것이 시급하다.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여성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성 평등 의식을 자리 잡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성 의식 개선이 여성 대 남성 간 증오가 넘치는 성 대결 구도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성혐오 발언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번 대학로 시위에서도 염산 테러를 계획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틀 전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집회에서도 염산 테러 위협이 있어 시위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당국의 효율적인 예방과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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