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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폭등에 뿔난 베를린 시민, 빈 건물들 점거시위

송고시간2018-05-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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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세계 150개 도시 중 주택가격 상승률 1위…당국의 적극 개입 요구

경찰이 강제해산…진보 정치권. 점거시위대 옹호

빈 건물 점거시위 중인 베를린 시민 [AP=연합뉴스]
빈 건물 점거시위 중인 베를린 시민 [AP=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는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일부 시민이 20일(현지시간) 빈 건물들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많은 활동가는 베를린의 슈테글리츠, 프라드리히샤인, 노이쾰른, 크로이츠베르크 등의 지역에서 빈 건물들을 검거했다.

임대료를 비싸게 받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기 전 비어 있는 건물들을 점거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아파트 40채가 있는 노이쾰른의 한 빈 건물에서 집중적으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80여 명의 주(州) 소유의 이 건물을 점거했다. 100여 명은 건물 밖에서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임대료 폭등으로 수만 명의 베를린 시민이 집을 잃었고, 많은 시민이 임대로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국은 이 건물을 즉시 떠날 경우 영구 임대를 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시위대가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자 경찰은 건물에 강제 진입해 점거자들을 해산시켰다.

이 같은 점거 시위는 지난해 베를린이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을 정도로 주택난이 심각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4월 발표된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글로벌 주도 도시 지수' 보고서 따르면 베를린은 지난해 주택 가격이 20.5% 상승해 조사 대상 150개 도시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임대료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베를린은 최근 매년 4만 명 정도씩 인구가 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31만 개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세회피처에 기반을 둔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오래된 빌라를 구입하고 리모델링해 임대료를 올려받으면서 임대료 상승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4월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도심에 모여 임대료 상승과 주택 부족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점거 시위에 대해 정치권도 반응했다.

좌파당은 성명을 내고 "베를린에서 적당한 가격의 아파트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오래된 아파트를 호화롭게 개조하고 값비싼 아파트를 건설하고, 투기하는 게 도시의 특성이 됐다"면서 "법이 시민에게 충분한 생활 공간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소유주와 투기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일간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에 이번 점거 농성을 "올바른 일"이라며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이 이 문제에 대해 연대하는 것은 주택 정책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압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親)기업 성향의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은 점거자들이 범죄적 동기를 정치적 동기로 포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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