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뮤지컬계 디바' 차지연 "제 노래 늘 마음에 안 들어요"

송고시간2018-05-25 18:1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 역 "가창력보단 작품 드러내는 배우 될것"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 역을 맡은 차지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 역을 맡은 차지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제 노래에 늘 만족하지 못해요. 아마 이번 여주인공 세 명 중 노래는 제가 제일 못할 겁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대극장을 휘젓고 다니며 '뮤지컬계 디바'로 불리는 차지연(36)의 이야기다.

오는 6월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는 그는 25일 대학로에서 가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잘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제가 출연한 공연이나 방송 모니터도 제대로 못 해요. 다른 사람들이 '잘했다'고 말해도 '아니 됐고, 솔직하게 말해줘'라며 지나치게 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노래 잘하는 배우다. 2011년 MBC 노래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과 함께 출연해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2015년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여전사 캣츠걸'로 출연해 5연승을 달성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점령하기도 했다.

뮤지컬계 러브콜은 끝도 없다. 최근 1년간 선 무대만 떠올려 봐도 '마타하리'부터 '서편제', '광화문 연가',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까지 모두 굵직굵직하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일주일 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출연한다.

이런 그가 자신을 가혹하리만치 몰아붙이는 이유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노래도 중요하지만, 전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노래가 객석에 말하는 것처럼 들리길 바라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났을 때 '차지연 노래 잘하더라'가 아니라 '이 작품 정말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가 이번에 맡은 역은 원초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맨발로 춤을 추는 20살 남짓의 이 여인은 가톨릭 신부 '프롤로', 파리 근위대장 '페뷔스', 꼽추 '콰지모도' 모두를 사로잡는다.

차지연은 10년 전에도 이 작품 오디션을 봤으나 떨어졌다. 그는 10년 만에 에스메랄다 역을 맡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뀌었다.

"예전에는 에스메랄다를 섹시하고 관능적인 캐릭터로만 봤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빨간 입술에 검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것 같은 섹시함과는 전혀 달라요. 생명력과 생동감,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는 순수함, 정의를 추구하는 용기 등이 어우러져서 맑고 묘한 섹시함을 풍긴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제 나이와 20살가량 차이 난다는 점은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하하."

'뮤지컬계 디바' 차지연 "제 노래 늘 마음에 안 들어요" - 2

그 스스로가 집시 여인을 꿈꾼 시절도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승승장구하기 전 그는 "스페인에 가서 집시가 돼 플라멩코를 추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사는 게 어려웠다. "집안 환경도 어렵고, 돈도 혼자 다 벌어야 했고, 빚도 갚아야 했어요. 매사에 비관적이고 부정적이었죠. 열심히 모은 200만~300만원으로 스페인행 티켓 하나랑 플라멩코 슈즈도 사놨었는데, 뮤지컬 '드림 걸즈'에서 '에피' 역에 캐스팅되면서 그 모든 계획은 없던 일이 됐어요."

이후 크고 작은 성공들을 맛보며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는 2016년 11월 첫 아이를 출산한 것을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으로 꼽았다.

"아기를 낳고 나서 제 삶에도 웃음, 따뜻함, 긍정 같은 게 많이 생겼어요. 물론 아이를 직접 돌보면서 일까지 하려니까 몸은 이미 비상배터리까지 소진된 지 오래죠.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서 어제도 병원에 다녀왔는데, 진단을 보니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에요.(웃음) 그래도 아이를 보면 정말 예뻐서 거기에서 새 힘을 얻어요. 한 손으로 아기를 안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도 하죠."

그의 삶의 목표도 '집시 여인'에서 '괜찮은 엄마'로 변경됐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사랑이 가득한 아이로 키우는 게 제 인생 목표예요. 제가 그렇게 자라지 못했으니까. 나중에 아이에게서 '우리 엄마 괜찮은 사람이었어'란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요."

sj997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