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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④ 피렌체, 역사 가득한 야외 박물관

송고시간2018-06-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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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밀라노에서 다시 남쪽을 향해 기차로 1시간 40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과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조각품, 다리 등 하나하나를 허투루 볼 수 없다.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의 주요 무대도 바로 이곳이다.

세계 최고 여행지답게 피렌체에는 여행자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피렌체 역부터 10분 거리의 숙소까지 가는 동안 커다란 트렁크를 끌거나 배낭을 멘 여행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긴 행렬을 만든다. 거리와 광장마다, 유적지마다 축제라도 벌어진 듯 인산인해를 이룬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 [사진/임동근 기자]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 [사진/임동근 기자]

피렌체 두오모

피렌체 두오모

피렌체 여행은 두오모에서 시작된다.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으로 '꽃의 성모교회'라는 뜻. 회백색 외벽과 붉은 돔이 화창한 하늘빛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야말로 꽃이 핀 듯하다. 성당 내부에서는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를 볼 수 있고 463개의 계단을 따라 옥상 전망대에 이르면 붉은 지붕으로 뒤덮인 중세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두오모 바로 옆에는 4세기에 세워져 11세기에 재건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물인 산 조반니 세례당이 있다. 피렌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세례를 받던 곳으로 시인 단테도 이곳을 거쳤다. 이곳은 화려한 부조가 새겨진 청동 문이 유명하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고 칭한 동쪽 문에는 구약성서의 여러 장면을 담은 부조가 담겨 있다. 두오모 남쪽 골목 안쪽에는 단테의 생가도 있다.

두오모에서 남쪽으로 골목을 따라가면 오르산미켈레 성당을 지난다. 원래 곡물 창고로 사용됐다는 이곳은 14세기 상인과 시민이 중심이 된 길드 정부가 기득권 세력인 주교와 귀족에 저항한 곳이다. 외벽에는 당시 길드 수호성인의 조각 복제본이 들어서 있다. 다양한 벽화로 화려하게 치장된 내부에서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 걸린 감실을 볼 수 있다.

베키오 궁전

베키오 궁전

◇ 눈앞에 펼쳐지는 르네상스 시대

골목을 빠져나오면 시뇨리아 광장. 웅장한 베키오 궁전, 교과서나 책에서 봤던 르네상스 시대 조각들이 서 있는 피렌체의 중심이다. 13세기에 건축된 베키오 궁전은 16세기에 메디치가(家)가 거처를 피티 궁전으로 옮길 때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메디치가는 15~16세기 피렌체공화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가문으로 학문과 예술을 후원해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로처럼 내부가 복잡하고 방이 많은 궁전에는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바사리 등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영화 '인페르노'가 촬영되기도 했다.

궁전 입구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헤라클레스 조각상이 서 있다.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비드는 지혜를, 헤라클레스는 메디치가의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피렌체에는 이곳과 미켈란젤로 언덕,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 총 세 곳에 다비드상이 있는데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것만 진품이다. 헤라클레스 상 뒤편 궁전 벽면에서는 미켈란젤로가 어린 시절 새긴 부조도 볼 수 있다. 다비드의 눈길이 머무는 궁전 맞은편에서는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가 서 있고, 광장 중앙에서는 넵튠의 분수를 볼 수 있다.

광장 바로 남쪽으로 우피치 미술관이 이어진다.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 회화와 조각품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안젤리코, 보티첼리 등 거장의 주요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벽면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유명인 28명의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

◇ 낭만으로 물드는 다리와 광장

우피치 미술관 앞 거리를 빠져나오자 초록빛 아르노 강이 펼쳐진다. 강에서는 노를 저으며 한가하게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오른편으로는 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가 있다. 다리 위에 건물을 올린 독특한 모습이다.

베키오 다리는 1345년 건설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원래 다리에는 푸줏간, 대장간이 자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1593년 토스카나의 대공이 악취가 코를 찌르고 시끄럽다며 이들을 추방하고 금세공업자들로 상점을 채웠다. 지금도 다리에 있는 상점에서는 화려한 금세공품이 판매되고 있다.

다리 위 건물은 작은 창문이 달린 통로다. 베키오 궁전과 우피치 미술관은 이 통로로 강 건너 피티 궁전과 연결돼 있다. 메디치가는 급할 때 피하려고 이 다리 위에 통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북서쪽에 있는 성 트리니티 다리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라보는 베키오 다리와 강의 풍경도 꽤 그럴싸하다.

베키오 다리 건너에는 피렌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궁전인 피티 성이 있고, 궁전 정면으로 피렌체에서 가장 시원한 곳으로 알려진 골목을 지나면 산토 스피리토 광장에 닿는다. 광장 초입에 있는 르네상스 양식의 우아한 산토 스피리토 성당은 13세기에 건축됐는데 내부에서는 도나텔로, 산소비노 등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쪽에는 미켈란젤로가 10대 후반 제작한 십자고상(十字苦像)이 걸려 있다. 이곳 광장은 밤이 되면 축제장으로 변한다.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내는 맛집과 노천 주점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모여들어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피렌체 여행을 마무리하기 가장 좋은 곳은 도심 남쪽 언덕에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해 질 녘 또 다른 복제 다비드상이 있는 광장에 오르면 붉은빛으로 황홀하게 물들어가는 피렌체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탈리아 열차역 풍경

이탈리아 열차역 풍경

◇ 유레일패스로 유럽 여행 떠나기

유레일패스(Eurailpass)는 유럽을 여행하는 데 유용한 기차티켓이다. 28개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글로벌 패스, 인접한 2~4개국을 선택해 여행할 수 있는 셀렉트 패스, 국가 한 곳을 집중적으로 여행하는 데 사용하는 원컨트리 패스가 있다.

유럽은 기차역이 도시 중앙에 위치해 관광지나 숙소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열차 창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휴식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람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시티패스·호스텔 할인 등의 혜택도 있다.

특히 유레일 그룹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레일 플래너'(Rail Planner)를 설치하면 사용자 주변의 기차역 검색, 유레일패스 소지자를 위한 국가별 혜택, 열차 출발·도착 시각 안내, 유럽 주요 도시 지도 제공 등 여행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유레일패스는 유레일닷컴(kr.eurail.com), 한국 총판매대리점, 여행사를 통해 살 수 있다.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www.italia.it), 토스카나주관광청(www.visittuscany.com), 피렌체관광청(www.firenzeturismo.it), 피렌체 컨벤션 뷰로(www.destinationflorence.com)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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