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적멸의 길 떠나는 '무애도인'
송고시간2018-05-30 16:46
(속초=연합뉴스) 백승렬·이종건·강종훈·양지웅 기자 =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어차피 한 마리/기는 벌레가 아니더냐//이 다음 숲에서 사는/새의 먹이로 가야겠다"(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30일 설악산 기슭 신흥사 설법전에서 이 시대 마지막 '무애(無碍)도인'으로 일컬은 무산 스님 영결식이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됐습니다.
조오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적멸을 위하여'라는 시처럼 스님은 사라져 없어지고 세계를 영원히 벗어나는 '적멸(寂滅)'의 길로 떠났습니다.
스님은 생전 스스로 제대로 중이 되지 못했다 해서 '낙승(落僧·떨어진 중)'이라고 자신을 낮췄지만, 떠나는 날 모인 3천여 명의 비통한 표정과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그가 남긴 승려로서의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이날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많은 스님과 불자를 비롯해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최문순 강원도지사,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주호영 의원, 이양수 의원, 황영철 의원, 심기준 의원, 이수성 전 국무총리, 성낙인 서울대 총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설가 조정래, 시인 신달자, 산악인 엄홍길 등 각계각층 인사가 참석해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불교계에서 '설악산 호랑이', '강원도의 맹주'로 통했던 스님은 정치권과 문화계, 사찰 인근 지역 주민까지 이념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와 거리낌 없이 인연을 쌓았습니다.
스님이 만든 만해마을이 있는 인제군 용대리 주민들은 스님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영결식을 마친 스님의 법구는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인 고성 금강산 건봉사 연화대로 이운돼 스님들과 불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비식이 거행됐습니다.
무산 스님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39년 출가한 고인은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종단 최고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6일 신흥사에서 세수 87세, 승납 60세로 입적했습니다.
무산 스님은 법문에서 "오늘의 고통, 중생의 아픔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이 돼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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