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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위기 다른 해법' 이탈리아·스페인…6년 후 위상 갈렸다

송고시간2018-06-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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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개혁 놓고 다른 길 걸어…"이탈리아 유로 탈퇴문제는 진행형"


유로·개혁 놓고 다른 길 걸어…"이탈리아 유로 탈퇴문제는 진행형"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2012년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몰아치던 시절,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위기 진원지인 'PIGS'그룹에 함께 속해 있었다.

PIGS는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국명 머리글자를 모은 것으로, 이들 나라는 막대한 부채, 만성적 재정적자, 부실한 금융기관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올 1월 로마에서 자리를 함께한 파올로 젠틸로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마리아노 라호이 당시 스페인 총리. 두 사람은 현재 모두 총리 자리에서 떠났다.[EPA=연합뉴스]

올 1월 로마에서 자리를 함께한 파올로 젠틸로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마리아노 라호이 당시 스페인 총리. 두 사람은 현재 모두 총리 자리에서 떠났다.[EPA=연합뉴스]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두 나라 모두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이탈리아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스페인은 별 탈 없이 넘어갔다.

두 나라가 이처럼 차이를 보인 데는 위기 해결책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유로화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남유럽발 위기가 한창이던 6년 전, 스페인은 이탈리아보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대처법은 크게 달랐다.

스페인은 경제 개혁 강도가 훨씬 강했고 회복도 빨랐으며, 현재 국내총생산(GDP)은 이전의 위기 전 최고치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이탈리아는 당시 재정위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문제를 갖고 있었지만, 이들 문제를 바로잡는 데 실패해 여전히 GDP는 이전의 최고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외부의 엄청난 자금 유입으로 부동산 버블을 겪던 스페인은 6년 전 재정위기가 닥쳐오자 노동시장을 자유화하고 은행들에 악성 대출을 바로잡도록 압박하는 한편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지출을 축소했다.

스페인의 GDP는 2013년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유로 회의론자들이 스페인 정치에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다.

반면 이탈리아는 유럽의 재정위기 이전부터 낮은 생산성, 낮은 출산율, 경직된 노동시장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았다. 구제금융을 받지도 않아 부실은행 정리 등 은행권 개혁도 더뎠다.

특히 연금개혁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지만, 이탈리아 사회에서는 인기가 없었고 오히려 개혁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정당은 인기를 얻어갔다.

이탈리아는 부패와 법의 지배, 정부 효율성과 관련해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다른 국가들에 훨씬 뒤처졌고 최근 수년 사이에도 별 진척이 없었다.

독자 화폐의 평가절하를 활용, 경쟁력을 높여오던 전통적인 방법도 유로존 가입으로 더는 쓸 수 없는 처지다.

이탈리아는 부유한 북부와 빈곤한 남부 사이에 불화가 깊고 정당의 난립으로 정치적 불안정성도 높다.

현재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유로 잔류를 선호해 새 정부의 이민자 단속, 기본소득 등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은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리고 결국 유럽연합(EU)으로부터 봉쇄될 가능성 있는 만큼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유로 탈퇴를 위해 반유럽 감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리서치 업체인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베르토 페를리는 WSJ에 "(이탈리아에서) 유로 탈퇴에 대한 논쟁은 폐기됐기보다는 단지 미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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