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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 위기'에 달라진 터키 중앙은행…시장 "신뢰 회복은 아직"

송고시간2018-06-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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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짓에 금리 4.25%p 인상…전문가 "바뀐 기조 긍정적"

"불확실성 여전하고 근본 문제 해소 안 돼"…"선거 이후 지켜봐야"

터키 리라화 연초 대비 15% 절하…앞날은…
터키 리라화 연초 대비 15% 절하…앞날은…

[AF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중앙은행이 보름 남짓에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단호함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의구심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23일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300bps(3.0%p)나 기습 인상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도 125bps를 상향 조정했다.

16일 동안 주요 자금조달 금리가 13.5%에서 17.75%로 대폭 상승했다.

올해 들어 넉 달 넘게 월별 연간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고 터키리라화 환율이 급등하는 데도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행태와는 딴판이다.

지난달 중순까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가 만악의 부모"라거나 "금리 인상은 고물가의 원인"이라는 특유의 경제관을 역설하며 금리 인상에 극도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리라 투매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자 중앙은행은 강력한 통화수축 의지를 보이며 진화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세력이 리라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외세 음모론을 주장할 뿐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다.

중앙은행의 단호함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침묵에 외환시장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23일 미 달러당 4.9290리라까지 치솟은 환율은 8일 4.4리라대를 유지했다. 연초에 견줘 15% 절하된 수준이다.

롬바르드 오디어 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살만 아메드는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터키가 기조를 바꾸고 있는데,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터키 에르도안 "리라화 절하, 세력의 게임 탓"
터키 에르도안 "리라화 절하, 세력의 게임 탓"

[EPA=연합뉴스]

전문가 대부분은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터키 정부와 중앙은행의 단호함이 임박한 선거를 앞두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비상조처일 뿐 선거 이후 정책 방향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이 금리로 환율과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경상수지 적자나 외채부담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의 애널리스트 야르큰 제베지는 이날 고객에 보낸 안내문에서 "환율에 의미 있는 안정화 추세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제베지 애널리스트는 "터키 정부가 선거 전까지 리라를 방어하고 이후에는 금리 인하나 다른 조처로 환율안정효과를 상쇄해 버릴 것인지 아니면 경제 균형과 물가관리에 진정성을 가진 것인지 다수가 확신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메드 전략가도 "선거 후에 벌어질 일이 우려된다"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2.15%를 기록, 전달의 10.85%에서 크게 상승했다.

7일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17개 터키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펀드매니저 폴 그리어는 "터키 중앙은행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터키 통화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정부의 긴축재정이 수반돼야 하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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