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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하고 싶니"…마크롱, 자신에게 빈정대는 10대에게 훈계

송고시간2018-06-1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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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골의 항전연설 78주년 기념식…한 소년, 인터내셔널가 부르며 "잘지내요 마뉘?"

마크롱, 악수 멈추고 "혁명을 하고 싶으면 먼저 제대로 행동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와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왼쪽 여성)[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와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왼쪽 여성)[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에게 빈정거리는 한 10대 청소년에게 따끔하게 혼을 냈다.

사회주의 혁명가요 '인터내셔널'을 흥얼거리며 마크롱의 이름을 줄여부른 소년은 대통령의 훈계에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몽 발레리앙 추모공원에서 열린 샤를 드골의 대독 항전 연설 7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프랑스가 나치 독일의 점령 아래 있던 1940년 6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자유프랑스'를 이끌던 드골 장군이 프랑스 국민에게 BBC 라디오 방송으로 결사항전을 독려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LCI 방송 카메라에 잡힌 마크롱은 행사장 앞에 모여있던 청소년들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10대 소년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잘 지내요 마뉘?"라며 마크롱의 성(에마뉘엘)을 제멋대로 줄여 부르는 것이 아닌가.

특히 이 소년은 입으로는 노동해방을 노래한 혁명가요 '인터내셔널가'의 후렴구 중에 "결전의 날"(C'est la lutte finale) 부분을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별다른 악의는 없는 표정이었지만 약간은 빈정거리는 분위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소년과 악수를 한 뒤 곧바로 "아니야 아니야"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공식적인 행사에 왔으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지. 바보처럼 굴 수도 있지만, 오늘은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 '샹 데 파르티잔'(레지스탕스의 투쟁가)를 부르는 날이야. 그러면 나를 '므슈'(성인남성에게 붙이는 경칭)나 '므슈 르 프레지당'(대통령님)으로 불러야지."

대통령의 훈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눅이 든 소년은 곧바로 "죄송합니다. 대통령님"이라며 저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작심한 듯 충고를 이어갔다.

그는 소년이 인터내셔널가를 흥얼거린 것을 떠올리고는 "절도 있게 행동해야 해. 네가 만약 언젠가 혁명을 하고 싶다면 먼저 학교를 마치고 너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해"라고 충고했다.

사회주의 혁명가요인 인터내셔널가(L'Internationale)는 1871년 파리코뮌이 한창이었을 때 프랑스의 혁명가이자 시인인 외젠 포티에가 가사를 쓰고 마찬가지로 프랑스인인 피에르 드제이테가 곡을 붙인 노래다.

제목의 인터내셔널은 사회주의자들의 국제조직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을 뜻하는데, 사회주의 전통이 여전히 강한 프랑스에서는 사회당을 지지하는 청소년들이 가사를 외울 정도로 저변화된 노래이기도 하다.

달변으로 이름난 마크롱이 이처럼 거리에서 만난 프랑스 국민과 설전을 하거나 즉흥적으로 훈계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지방 소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파업집회를 하던 철도노동자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자 그는 "대화를 하려고 왔지만, 야유는 수용할 수 없다. 파업으로 전 국민을 볼모로 삼지 마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yonglae@yna.co.kr

샤를 드골의 나치에 대한 항전연설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영웅 장 물랭의 비서와 악수하는 마크롱 대통령[AP=연합뉴스]

샤를 드골의 나치에 대한 항전연설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영웅 장 물랭의 비서와 악수하는 마크롱 대통령[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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