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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피스톨스 글렌 매트록 "한반도 변화 목격했다"

송고시간2018-06-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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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로 첫 내한

24일 강원도 철원군서 크라잉넛·차승우와 협연

섹스 피스톨스 원년멤버 글렌 매트록(가운데)과 기타리스트 차승우(오른쪽)
섹스 피스톨스 원년멤버 글렌 매트록(가운데)과 기타리스트 차승우(오른쪽)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전설적인 밴드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 원년멤버 글렌 매트록(62)이 이번 주말 강원도 철원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펼쳐지는 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에 앞서 매트록은 21일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노브레인, 더 모노톤즈 출신의 기타리스트 차승우·음악평론가 신현준과 '저항음악과 평화를 위한 예술행동'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그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초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가능성을 엿봤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저항의 상징' 섹스 피스톨스

1970년대 영국은 우울했다.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과 파운드화 폭락으로 극심한 금융위기가 왔고,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치욕을 겪었다. IMF 요구로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면서 청년실업률이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거친 분노의 펑크 록밴드 섹스 피스톨스가 탄생했다. 이들이 1977년 내놓은 1집 '네버 마인드 더 볼록스'(Never Mind the Bollocks)는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다. 볼록스는 남성의 고환 또는 헛소리를 일컫는 속어다.

매트록은 멤버들과 음악적 견해 차이 탓에 1집을 끝으로 탈퇴했지만, 정작 섹스 피스톨스의 음악성을 규정하는 명곡인 '갓 세이브 더 퀸'(God Save the Queen)과 '아나키 인 더 유케이'(Anarchy in the U.K.)는 모두 그가 만들었다. '갓 세이브 더 퀸'로 무능한 영국 왕실을 조롱했고, '아나키 인 더 유케이'는 무정부주의를 부르짖었다.

매트록은 "우리는 당시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다. 런던은 우울했고 다양한 권력 문제가 있었다. 미래가 없어 보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계속 외치고 싶었다. '갓 세이브 더 퀸'의 원래 제목은 '노 퓨처'(No Future)였는데, 그런 부분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섹스 피스톨스의 음악이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우리에게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 공산주의라든지, 정치적 저항에 대해선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도 외부에서 그 모든 의미를 우리에게 부여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저항정신 그 자체가 중요하다. 펑크록이든, 힙합이든 장르는 상관없다. 음악을 전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펑크의 정신은 계속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섹스 피스톨스 원년멤버 글렌 매트록(왼쪽)과 기타리스트 차승우(오른쪽)
섹스 피스톨스 원년멤버 글렌 매트록(왼쪽)과 기타리스트 차승우(오른쪽)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 "한반도 변화 목격했다…새 시대 도래"

매트록은 지난 TV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한국 방문을 결심했다. 런던올림픽 관련 평화 행사 '아프리카 익스프레스' 기획자이자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인 스티븐 버드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는 "지난 두세달 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가 한반도의 변화를 목격했다. 이전과 다른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매트록은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해왔다. 이 페스티벌이 그 증거다. 비무장지대는 분명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주최 측은 북한 예술단 초청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6·12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민간접촉을 삼가달라는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매트록은 "내년에는 북한 밴드가 올 수도 있겠죠. 이 축제가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트록은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 펑크록이 시작됐을 땐 인터넷 시대 이전이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면 직접 그 장소에 가야만 했고,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물론 기술진보로 집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네트워크를 서핑할 수 있지만, 이런 게 외로움을 조장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결속되려면 물리적으로 한 데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트록은 오는 23일 서울역에서 'DMZ-트레인'을 타고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간다. 이어 24일 오후 7시40분 철원군 고석정에 마련된 무대에 크라잉넛, 차승우와 함께 선다. 차승우는 "글렌 매트록의 신곡을 협연한 뒤, 섹스 피스톨스의 명곡을 커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마틴 엘본·이동연 페스티벌공동조직위원장, 라미 유니스 팔레스타인뮤직엑스포 공동설립자, 대니 키어 사운드 디플로마시 국제비즈니스부장, 루스 다니엘 인플레이스오브워 부국장, 마틴 골드슈미트 쿠킹바이닐 설립자, 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 등이 참석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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