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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술탄'의 딜레마…"터키 경제회생에 에르도안이 걸림돌"

송고시간2018-06-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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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반서방 정책이 관건…변화 가능성 적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터키 국민들은 24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을 대통령으로 재선출하면서 최대 30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한 '21세기 술탄(Sultan)'을 탄생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내외에 걸친 많은 문제의 해결에 필요하다며 광범위한 권한을 요구했고, 국민이 이에 응한 만큼 이제는 이슬람 최고 통치자 '술탄'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25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AFP=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다수의 경제문제, 늘어가는 불만에 찬 대중들, 서방과의 관계 악화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을 가장 억누르는 문제는 역시 경제지만, 에르도안 자신이 이들 문제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특히 외교정책이 경제적 필요와 충돌하는 상황은 에르도안이 직면한 많은 문제 중 근본적인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날로 공고해져 가는 그의 권위주의적이고 국수적이며, 반서방 취향은 외국 투자자들을 떠나가게 하며 결국 터키 화폐인 리라화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에르도안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리라화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리라화 가치는 연초대비 17% 절하하면서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외채 증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도 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터키는 국제사회로부터 신흥국 위기설의 유력한 진원지 중 하나로 꼽히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이 터키 경제에 필요한 '외과수술'을 하고 긴축조치를 취할지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도 에르도안의 개혁조치를 가로막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터키 주요 일간지인 '쿰후리예트'의 칼럼니스트인 카드리 구르셀은 "현재 첫 과제는 악화하는 경제고, 그는 이를 반전시킬 수단이나 통찰력이 없다"라고 NYT에 말했다. 구르셀은 에르도안 정부 아래서 11개월 동안 투옥된 바 있다.

구르셀은 또 에르도안이 선거기간에 경제를 살릴 새로운 구상이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가 내놓은 것이라고는 인프라 프로젝트와 과거의 나쁜 주장들뿐"이라고 혹평했다.

경제 운영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실주의나 부패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소수 내부자가 정부 계약이나 밀약을 통해 엄청난 부를 가져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에르도안은 2년 전 쿠데타 기도가 적발된 뒤 정적 탄압을 하고 이 과정에서 사업체도 몰수, 많은 부유층이 자신의 사업체나 자산을 나라 밖으로 옮겨놓는 실정이다.

반면 신흥 이슬람주의자들이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공담을 써가고 있으며, 이들은 다시 에르도안의 강력한 지지층이 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휘발유와 전기에 대한 엄청난 보조금을 포함해 공공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터키가 최근 수년간 이들 비용을 외국에 의존하면서 빚을 갚고 경상수지를 맞추려면 연간 2천500억 달러(279조 원)가 필요하다.

에르도안으로서는 반서방 정책이나 발언을 자제하는 식으로 관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집권 '정의개발당'(AKP)과 연대를 한 우파 성향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지지를 얻으려면 쉽지 않다.

이 밖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무장세력에 대한 강경책을 유지하고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도 이어갈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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