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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나토'…트럼프의 방위비 증대 압박에 '흔들'(종합)

송고시간2018-07-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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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은 유럽 보호비용 내고 무역은 수조원 손해"

나토 동맹국과 안보·교역갈등 증폭…"트럼프, 러시아에 더 충실하냐"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안보동맹의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이를 촉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도 '총구'를 겨눈 무역전쟁에 나선 데 이어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방위비 증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 그가 미국과 나토의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유럽 동맹국들과의 갈등의 골이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나토 회원국에 GDP 4% 국방비 요구…당초 목표의 2배
트럼프, 나토 회원국에 GDP 4% 국방비 요구…당초 목표의 2배

(브뤼셀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는 나토가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 이상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당초 목표치의 배에 달한다.
ymarshal@yna.co.kr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회의는 예상대로 방위비 분담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나토가 2014년 합의한 'GDP 대비 2%'의 갑절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방위비를 분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유럽 보호 비용을 지불하고 무역에서는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손해 보고 있다"며 "GDP 대비 2%를 2025년까지가 아닌 즉각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에 GDP 대비 2%를 확고하게 이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구체적 노력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은 방위비 증액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미국에 군사기지 제공, 무기 구매 등 직간접적으로 국방비를 늘려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감을 보였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에 던진 '불신의 쇳덩이'가 서방의 단합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념사진 찍는 나토 정상들
기념사진 찍는 나토 정상들

(브뤼셀 EPA=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앞줄 오른쪽),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앞줄 왼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줄 왼쪽) 등의 모습이 보인다.
ymarshal@yna.co.kr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러시아 가스 추진사업을 거론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를 '러시아의 완전한 통제를 받는 포로'라고 집중 비난했다. 이란 핵합의 문제와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불만이 겹쳐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 대한 거친 언사로 미국의 핵심 동맹을 타격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는 미군 수만 명이 주둔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밤낮을 가리지 않은 '트윗 공세'로 유럽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거듭 압박하고 독일을 겨냥했다.

그는 12일 새벽 1시30분께 트위터 계정에 "지난해 내가 방문한 이래, 나의 요구에 따라, 나토가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며 "하지만 결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너무 많이 지출한다"고 적었다. 독일을 향해서도 "러시아로 가는 가스관 달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전 8시께 다시 트위터를 통해 "(역대) 대통령들은 다년 간 독일과 나토의 다른 부자 회원국이 러시아 방어를 향해 더 많이 지불하게 만들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들은 비용의 극히 일부를 내지만, 미국은 유럽을 보조하는 데 수백억 달러를 지불하면서 무역에서는 크게 잃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후 다른 트윗에서 "무엇보다 독일은 막아야 할 나라인 러시아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모든 나토 회원국은 2% (국방비 지출) 약속을 지키고 궁극적으로 4%까지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더 충실하다는 또 하나의 매우 혼란스러운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옛 소련에 맞서 출범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안보동맹인 나토의 약화를 우려한 것이다.

16일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16일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이처럼 나토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적인지 친구인지는 지금 당장 말할 수는 없지만, 그는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나토 정상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그는 "솔직히 푸틴 대통령이 그들 중에서 가장 쉬운 상대"라며 "러시아와 잘 지내고, 중국과 잘 지내고, 다른 국가들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7일 벨기에서 열린 트럼프 방문 반대시위[EPA=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7일 벨기에서 열린 트럼프 방문 반대시위[EPA=연합뉴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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